예강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진료기록' 조작 방지 움직임

'진료기록 원본과 수정본 보관, 환자 요청따라 열람·복사 의무화' 의료법 통과 촉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7-04-26 10:4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예강이법, 신해철법) 개정운동을 전개했던 故전예강 어린이 유족들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할 일이 남았다.
 
바로 `진료기록`에 대한 조작을 방지하는 의료법 개정이다.
 

26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故 전예강 유족들은 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과 수정본 모두를 보관하고, 환자 요청 시 모두를 열람·복사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2016년 11월 30일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분법)이 시행된 날,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을 방문해 '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 보관·열람·복사 의무화 제도'도입을 요구했다.
 
이후 인재근 의원은 2017년 1월 23일 의료법 개정안(제22조제4항, 제23조제4항·제5항 신설)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기록부 등에 추가기재·수정을 하는 경우 그 원본과 추가기재·수정 등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접속기록자료를 작성·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원본과 추가기재·수정본에 대한 환자의 열람 또는 사본교부 요청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1월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이와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故전예강 어린이는 2014년 1월, 3일 전부터 시작된 코피로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조치 중 쇼크로 인해 7시간만에 사망하고 만다. 이에 유족들은 예강이의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각하됐고,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3년째 진행중이다.
 
그런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선다. 민사소송 진행중 예강이의 의무기록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많은 환자나 유족들이 병원과의 소송에서 흔히 패소하는 이유는 사건의 주요 증거가 되는 '진료기록지'때문이었다. 병원 측에 유리하게 조작된 의무기록지라고 할지라도 이는 사건의 가장 큰 근거가 됐으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나 유족들은 쓴잔을 들이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전예강 가족들의 경우에는 흔치는 않지만 사건 발생 동안의 CCTV의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응급실에서 7시간 만에 사망한 전예강 어린의의 '사(死)인' 규명에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진료기록부에 적힌 '적혈구(RBC) 수혈시간'이 CCTV 영상과 판이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간호기록지에 기재된 12시 11분경 유모 간호사의 수혈기록과 13시 45분경 박모 간호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혈액번호가 0114032222로 동일히다. 예강이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12시 11분 적혈구 수혈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유모 간호사의 기록은 허위라는 의견.
 
유족들은 '맥박 수치'에 대한 기록도 의심했다. 병원 응급실 담당 김모 의사는 예강이의 응급실 내원 당시 백박이 분당 80회라고 '응급진료기록지'에 기재했다. 그러나 실제 예강이의 혈압과 맥박을 1차적으로 체크한 박모 간호사는 '간호기록지'와 '임상관찰기록지'에는 맥박을 137회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환자단체는 의분법이 시행되더라도 이와 같이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조작이 이뤄진다면 환자들에 대한 어떠한 예방이나 보호가 보장될 수 없음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위에서도 언급됐듯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및 간호기록지 등 진료기록부는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의 과실 및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상해, 사망 등 피해와 의료행위 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물론 현재 의료법 제 22조 제 3항 및 제 23조 제 3항에서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되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 87조 및 제 88조에 의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수정 후 기록만 열람하게 하거나 복사해주고, 수정 전 기록은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의료소송 중인 피해자는 수정된 자료로만 싸워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환자단체 안기종 대표는 "일반적인 진료기록부와 전자의무기록을 의료인이 사후에 수정한 경우, 수정 전·후 기록이 모두 존재해 환자 등이 어떤 내용이 수정됐는지 알 수 있어야한다. 환자 등이 열람하거나 복사를 요청할 경우도 이에 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료인이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변경하기 위해 접속을 하더라도 이러한 접속기록 자료나 변경내용을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임의로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해 수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으므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환자단체는 국회에 발의된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릴레이 1인 시위 시작을 알려왔다.
 
환자단체는 인재근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의료분쟁 해결과정에서 해당 진료기록부 등이 적절히 활용될 것이며 이에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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