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 신약 급여 초읽기‥단, `기준 제한` 무의미

유일한 치료제 '스핀라자' 빠른 급여 소망‥"제한없이 모든 환자 사용할 수 있기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7-17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척수성 근위축증(SMA, Spinal Muscular Atrophy)` 환자들이 '질환 인지도' 향상에 힘쓰면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인 `스핀라자(뉴시너센)`도 급여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그동안 환우 및 보호자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손편지를 써가며 질환을 알리고, 치료제를 쓰지 않으면 벌어질 '삶의 질' 저하에 호소해 왔다.

그런데 정작 스핀라자가 급여 협상에 들어가자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생겨났다.

'스핀라자'가 '연령'이나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급여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SMA는 전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영유아기에 증상이 발현될 경우 중증도가 심해 1형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 탓이다.

그러나 스핀라자는 연령과 질환의 중등도에 관계 없이 약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이다. SMA 환자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원인이 동일하기 때문에 스핀라자를 투약받으면 누구나 우수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환우회는 SMA 환자가 국내에서 소수라는 점을 감안해, 연령제한이나 유전자형의 제한없이 모든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 빠른 급여 등재를 바라며 공식 '법인' 만든 `SMA 환우회`
스핀라자가 '제한 없이' 급여가 되어야 한다는 소망은 문종민 씨<사진>의 마음과도 같았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회장님' 보다는 '예영이 아빠'라는 호칭이 익숙한 인물이다. 그의 딸 예영이는 생후 14개월에 SMA 2형으로 진단을 받았고, 현재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는 척수성근위축증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던 때, 환우 부모들이 모여 병원 정보, 치료 정보 등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동호회, 친목모임의 개념으로 시작됐다.

그러던 중 SMA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들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그는 빠른 시일내에 국내에도 SMA 치료제가 도입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환우 및 보호자들은 올해 5월 공식적인 법인을 설립해 '한국 SMA 환우회'로 활동을 시작했다.

문 회장은 "환우회는 환우와 환우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환우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환우 수는 92명이며, 환우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200명 내외이다. SMA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환우회에 가입하지 않은 가족도 있고, 아직까지 SMA 질환으로 진단받지 못한 환우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까지 모두 합쳐 국내에 약 150명 내의 SMA 환우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환우회는 기본적으로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인 SMA를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밖에도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논의 중인 스핀라자가 빠른 시일 내에 급여를 적용받아 모든 환우들이 치료 받을 수 있게끔 다양한 활동을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올해는 총 38명의 SMA 환자와 가족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22명에게 손편지 427통을 보냈다. 제11회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었던 지난 2월 말의 일이다. 또 지난 4월 말에는 46명의 환우와 가족들이 모여 50통의 편지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에게 발송했다.

다행히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편지가 의원들에게 도착하자, 몇몇 의원들이 SMA 환자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양승조 의원은 SMA 환자와 가족들을 직접 의원실로 초청해 직접 고충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양 전(前) 위원장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본인의 SNS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유일한 치료제인 스핀라자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박인숙 의원 또한 SMA 환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박인숙 의원은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 스핀라자의 급여 심사 현황 등을 꼼꼼히 챙겨보며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열심히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편지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환자 가족 모두에게 "제약사와의 수 차례 면담을 통해 조속한 급여신청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였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 희귀질환 환자 가족들, 대부분 '악순환' 겪어

SMA는 상염색체 열성 질환(Autosomal Recessive Disease)으로, SMA 환자는 인지는 정상이지만, 온 몸의 근육 긴장성이 저하되고 신체의 모든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호흡이나 삼키기 등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조차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SMA는 발병 시기에 따라 편의상 1~4형으로 나뉘는데 1형은 생후 6개월 이내, 2형은 생후 18개월 이내, 3형은 생후 18개월 이후, 그리고 4형은 성인기에 발병한다.

문 회장의 딸 예영이는 SMA 2형으로, 어렸을 때는 혼자 배밀이도 하고 스스로 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질환이 점점 악화돼 타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앉을 수 없다.

문 회장은 "근육에 힘이 있었을 때는 수동 휠체어를 약간씩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힘이 빠져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SMA 환우들은 근육 발달이 되지 않아 성장 과정에서 척추측만증을 피할 수 없다. 예영이도 척추측만증이 계속 심해지고 있어 많이 걱정이다"고 털어놓았다.

다행인 점은 예영이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앉을 수만 있으면 자의적으로 먹고, 공부하고, 놀 수 있다는 점이다. 예영이는 증상이 아주 심한 1형 환우들에 비하면 중증도가 심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SMA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하기엔, 우리나라 환경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SMA 환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근육이 계속 굳고 약해지기 때문에 물리치료, 재활치료, 수중치료 등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들은 증상을 호전시켜 주지 못하고, 악화되는 속도를 늦춰줄 뿐이다.

여기에 재활치료 등을 받을 때 의료보험을 적용 받거나 바우처(voucher)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치료기관은 대부분 1년 반~3년 정도로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잠시 치료를 중단하고 대기를 해야 하는데,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대기 기간이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 및 보호자는 이와 같은 경제적인 부담과 치료에 대한 한계점에 봉착한다.

문 회장은 그동안 여러 SMA 환우 가족을 만나보았지만, 이 '악순환'을 견디지 못하고 가정이 깨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문 회장은 "처음 질환을 진단받고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부모 중 한 명이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해 한부모 가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 SMA 환우 스스로 숨쉬고 먹을 수 없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경우는 보호자가 24시간 환우를 돌보다가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지 못해 먼저 떠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긴 병에는 장사없다'는 말처럼, SMA 환우 가족의 돌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회가 이러한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고 제도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모든 SMA 환자들이 신약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 제한'은 없어야
SMA라는 질환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스핀라자도 급여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 이 소식에 환자들은 정말로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급여와 관련해 영유아 발현 환자에 집중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SMA 청소년과 성인 환자들은 불안감이 커졌다.

현재 24명의 SMA 1형 환우들이 바이오젠으로부터 스핀라자 무상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질환의 무상지원 프로그램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놀랍게도 무상지원 프로그램으로 스핀라자 치료를 시작한 환우들은 긍정적으로 증상이 개선되고 있다. 불규칙했던 호흡이 안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손가락 하나 조차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덨던 환우가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는 곧 스핀라자를 투약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환자가 호전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그렇지만 이 무상지원 프로그램은 SMA 1형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시방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더불어 2형, 3형 환자들도 빠르게 치료할수록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SMA 환자들이 안심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빠른 보험급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스핀라자는 2017년 12월 국내 허가됐고, 올해 4월 심평원에 건강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서류 제출을 마쳤다.

스핀라자의 급여가 무사히 적용된다면 정말 기쁜 소식이지만, 만약 무상지원 프로그램처럼 유전자형이나 연령이 제한된다면 환자들에게는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문 회장은 "국내 SMA 환우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령이나 유전자형으로 급여기준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치료 기회는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나 질환의 중증도 등으로 구분지어 누구는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누구는 치료를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는 경우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자비로 치료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SMA는 질환의 원인이 분명히 밝혀진 희귀질환이다. 스핀라자로 치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모든 SMA 환자들은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치료제의 가격이 비싸다는 경제적인 논리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초 환우회가 만들어진 것처럼 `빠른 급여 등재`도 중요한 사안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스핀라자의 급여 등재 필요성 및 급여 기준 설정 등을 검토 중이지만, 법적 검토기간이 150일이며 희귀질환제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이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일본,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 각국에서는 SMA가 얼마나 위중한 병인지, 스핀라자가 얼마나 효과적인 치료제인지, 하루라도 빠르게 치료해야 질환의 예후가 좋다는 점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스핀라자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스핀라자가 허가되기도 전에 보험급여를 약속했고,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도 이례적으로 정부가 제약사와 빠르게 협의해 모든 SMA 환우들이 스핀라자로 빠르게 치료받고 있다. 스페인은 정부가 치료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문 회장은 "SMA 환우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지는 경우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가까운 일본 등으로 아예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가족들도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SMA 환우들의 상태는 매일 나빠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스핀라자가 급여 적용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 걱정이 크다. 스핀라자의 빠른 급여 적용도 중요하지만, 모든 SMA 환자가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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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같이 건강하게 살***********2018.07.20 11:28:21

    환우들의 희망이 빨리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다같이 건강하게 살아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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