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선(Psoriasis)' 환자인 A씨에겐 지금의 이 일상이 행복하기 그지없다.
수십 년 간 피부를 뒤덮어 온 병변으로 인해 A씨에게 '평범한 일상'이란 꿈같은 이야기였다고.
A씨는 약 40년 전부터 건선을 앓아 왔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것은 1998년 1월. 그러나 꾸준히 치료를 받지는 않고,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간헐적으로 광선치료를 받는 등 최소한의 관리만 해왔다.
그러던 중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피부 병변이 점차 넓어져 A씨는 2011년 6월 전남대병원 피부과를 찾게 된다. 주치의인 전남대병원 피부과 이승철 교수는 그 때를 회상했다.
"처음 A씨를 진료했을 때 상태는 심각했어요. 홍반과 피부 각질이 부스러기 형태로 떨어지는 인설 증상이 심했고,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건선이 팔꿈치, 무릎, 손발톱, 손발바닥, 두피 등 전신에 퍼져 있었죠."
건선의 임상적 중증도 평가법으로는 BSA(body surface area: 전신에서 건선이 발생한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와 PASI(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 건선 중증도 지수)가 대표적이다. 보통 BSA가 10% 이상이거나 PASI score가 10점 이상일 때 중등증~중증 건선으로 진단한다.
A씨의 경우 2011년 당시, PASI score는 8.7, BSA는 15%로 나타나 중증 건선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A씨에게 먼저 병변에 직접적으로 연고를 바르는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 방법 중 하나인 면역억제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A씨는 이 치료로 크게 호전되지 못했다.
이후 2012년는 A씨에게 굉장히 중요한 해가 된다. 이 교수의 권유로 노바티스의 인터루킨 17A 억제제 '코센틱스(세쿠키누맙)' 임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A씨가 지금의 일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된 의미있는 시작이었다.
◆ 'PASI 100'은 이제 건선에서 당당히 제시되는 목표
건선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붉은 판상 형태의 병변과 함께 은백색 비늘이 피부를 덮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간지럽고 아픈 것 자체도 환자를 힘들게 하지만, 눈에 띄는 형태의 병변이 피부 겉으로 드러나 사회적·정서적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노바티스가 전 세계 31개국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건선 환자 약 8,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설문 조사(Clear about Psoriasis)에 따르면, 건선 환자의 84%는 건선으로 인해 차별과 굴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국내 건선 환자도 이러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국내 건선 환자는 20대에 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사회적-경제적 활동량이 가장 높은 20~40대의 젊은 환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발병 1개월 이내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30%에 불과하고, 약 20%의 환자는 발병 후 1년이 지나도 병원을 찾지 않는 등 많은 환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등도 및 중증 환자들 대부분은 피부 병변의 90% 이상 면적이 깨끗해져야 만족할 만한 치료라고 생각했다. 워낙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질환이다보니, 깨끗한 피부 개선이 치료제 선택의 기본 척도이기도 했다.
건선 치료의 효과를 측정할 때에 흔히 PASI 75, PASI 90, PASI 100 등의 수치를 활용하는데, 각각 치료 전보다 피부 증상이 75%, 90%, 100% 개선됐다는 것을 뜻한다. PASI 100에 도달했다는 것은 피부 병변이 완전히 깨끗해졌다는 의미이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코센틱스는 A씨에게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A씨는 2012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약 5년 간 코센틱스의 아시아인 대상 하위 분석 연구에 참여했다.
"A씨의 병변 개선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코센틱스로 치료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지 않아 PASI 90(거의 깨끗한 피부)을 기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PASI 100(완전히 깨끗한 피부)에 도달했죠. 또 5년 추적 관찰하는 내내 BSA 0%를 기록했습니다."
A씨의 경우 임상 연구가 끝난 후 잠시 병변이 재발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17년 코센틱스가 국내에서 건선에 보험 급여 적용을 받자 치료를 재개하면서 다시 PASI 100에 도달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관리하면서 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 치료의 복병, 손발톱·두피 건선도 극복
그렇지만 A씨에게도 난관은 있었다. 바로 '두피'와 '손발톱' 건선이었다. A씨의 피부는 비교적 빠르게 호전됐지만, 특수 부위 건선이 복병으로 남게 됐다.
"건선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에도 건선이 손발톱에 침범해 손톱 함몰이 일부 진행된 상황이어서 집안일을 하는 등 일상에서 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또 건선이 두피에도 퍼져 늘 인설이 쌓여 있었고, 두피를 긁을 때마다 인설이 마치 비듬처럼 떨어져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죠."
대표적인 난치 부위 건선 중 하나인 두피 건선은 전체 건선 환자의 약 50~80% 정도가 경험한다. 두피에 은회색 인설이 겹겹이 쌓여, 심해질 경우 두껍고 딱딱한 각질이 두피 전체를 덮을 수도 있다. 아울러 두피를 계속해서 문지르고 긁으면 모낭이 손상돼 탈모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손발톱의 변형 또한 건선 환자의 절반 가까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발톱에 건선이 생기면 손발톱 함몰이나 박리, 과다각화증, 변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처럼 난치 부위 건선은 범위는 좁지만 치료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환자들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건선의 중증도를 파악할 때 사용되는 PASI score나 BSA는 병변 크기를 주요 지표로 삼기 때문에 국소 부위 건선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건선으로 인해 손톱 박리를 겪은 환자의 경우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심하지만, 손톱이 전신에서 차지하는 범위는 작기 때문에 이러한 고통이 건선의 중증도 측정에 반영되지 못하는거죠."
이승철 교수
<사진>가 A씨에게 코센틱스 치료를 권유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난치 부위 건선 때문이다. 코센틱스의 경우 여러 임상을 통해 다양한 난치 부위 건선에서 개선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코센틱스는 TRANSFIGURE 연구에서 손발톱 건선에서의 치료효과를 증명했다. 손발톱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16주차에 코센틱스 300mg와 150mg 투여군은 NAPSI 점수가 각각 45.3%, 37.9% 감소하며 10.8% 감소한 위약군 대비 우위성을 보였으며, 32주차 에코센틱스 300mg와 150mg 투여군은 NAPSI 점수가 각각 63.2%, 52.6% 감소했다.
이를 통해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개선을 확인했다.
*NAPSI 점수: 손발톱 건선의 중증도 지수
또한 두피건선과 손발바닥 건선치료에도 폭넓은 연구결과를 보유하고 있다. 두피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연구 SCALP에서 코센틱스는 치료 12주차에 위약(2.0%) 대비 52.9%의 높은 PSSI90 달성률을 보였다.
손발바닥 건선에서의 치료효과를 측정한 GESTURE 연구에서도 코센틱스 300mg와 150mg 투여군에서 병변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거의 깨끗해진 환자비율이 각각 33.3%와 22.1%로 나타나 위약(1.5%) 대비 우수한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PSSI 점수: 두피건선의 심각도지수. 치료전 PSSI 점수에 비해 치료후 최초로 90% 이상 호전을 보이는 경우 PSSI90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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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 건선 환자들의 '삶의 질'이란 기준점 제시
건선은 피부 뿐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피부 병변에만 집중하는 것을 벗어나, 전신에 나타나는 여러 동반질환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실제로 건선 환자는 심혈관계질환,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의 전신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건선 환자에게 가장 흔한 동반질환으로는 '건선성 관절염'이 꼽힌다. 건선성 관절염은 만성적인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관절에 붓기와 통증, 피로, 강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의 경우 건선 환자의 9~14%에서 건선성 관절염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성 관절염은 증상 발현 후 6개월만 치료가 늦어져도 영구적인 관절 손상이 나타날 수 있고, 환자 10명 중 4~6명은 관절 기형의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동반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건선이 발병하고 10년 정도 지난 후 관절염을 경험하기 때문에, 현재 관절염 증상이 없더라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젊은 환자들의 경우 본인이 관절염에 걸릴 것이라고 생각 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선성 관절염은 나이에 상관 없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요."
건선성 관절염 치료에는 TNF-α 억제제가 주요 약물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 적응증을 함께 갖고 있는 인터루킨-17 혹은 12/23 계열 제제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인터루킨-17을 타깃으로 하는 코센틱스는 건선성 관절염 환자 대상 3상 임상 FUTURE-1 연구를 통해 높은 ACR20 반응률을 기록하며 우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ACR20/50: 미국 류마티스학회(ACR)가 정한 기준으로, 투약 후 각각 통증이 20%/50% 개선되었음을 의미
그동안 건선은 '삶의 질'을 놓고 많은 논의가 이어져 왔다. 물론 암처럼 생사를 논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을 침해한다는 점은 환자들을 괴롭게 했다.
이런 맥락에서 코센틱스는 피부 병변 증상 개선을 넘어, 특수 부위 건선, 건선성 관절염 등에서도 효과를 나타낸다. 5년 이상 사용하더라도 그 효과는 유지됐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코센틱스는 '낮은 면역원성'을 보였다. 평생 관리를 이어가야 하는 건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상당히 도움을 주는 혜택이다.
이승철 교수는 건선 치료에 있어 환자 개개인의 증상을 고려한 포괄적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건선 치료 시 환자나 의료진이나 피부 개선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게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피부 개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 별 증상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죠. 최근 몇 년 간 건선에는 코센틱스를 비롯해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출시됐고,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건선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행복했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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