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유전 재발열 증후군'‥제한된 치료 옵션에 근심

심각한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
다양한 유형 포함하는 '일라리스', 급여 문제로 치료에 한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5-20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다가오는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이 시즌에 맞춰 최근 국내에서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Hereditary recurrent fever syndromes)'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가 염증 희귀질환인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이상 유전자에 따라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NLRP3 유전자 이상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TNFRSF1A 유전자 이상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MVK 유전자 이상 및 ▲가족성 지중해 열(FMF), MEFV 유전자 이상 등 세부 질환이 나뉜다.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주로 생후 10년 이내의 영유아기에 발생해 이유 없이 39°C 이상의 고열과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희귀질환이다.

이 질환은 평생 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증상이 장기화 되면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이상, 아밀로이드증, 청각 상실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장기적 합병증 예방과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소아 면역질환 및 류마티스 관련 전문의 진단을 통해 매우 드물게 발견이 된다. 이 질환을 경험해 본 의료진이 희소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오진의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개월 간 여러 병원 및 진료과를 전전한 끝에 유전 재발열 증후군을 진단받는다고 보고된다. 유전 재발열 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확한 질환명을 진단받기까지 5개 이상의 병원 및 진료과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진단조차 어려운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진단 후에도 여러 어려움이 뒤따랐다. 진단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탓이다.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면역체계가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물질을 과다 생성해 발생한다. 그래서 인터루킨-1베타가 수용체에 결합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

주요 치료제로는 인터루킨-1 수용체 길항제 '키너렛(아나킨라)'이 있다.

그런데 키너렛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약제다. 이에 키너렛은 희귀필수의약품 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 약은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중 세부 질환인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CAPS에는 CINCA 외에도 가족성 한냉 자가염증성 증후군(FCAS)과 청각 이상을 일으키는 머클-웰스 증후군(MWS) 등의 세부 질환도 있다.

결국 키너렛은 한정적인 증상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키너렛을 투약한 CINCA 환자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없다.

아울러 키너렛은 매일 자가 주사를 해야 하므로, 잦은 주사로 인한 피부 손상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가운데 유전 재발열 증후군 치료에는 기회가 찾아왔다. 노바티스의 인터루킨-1베타 차단제 '일라리스(카나키누맙)'가 2015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것.

일라리스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의 다양한 유형을 포함한 유일한 치료제다.

일라리스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TRAPS) ▲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HIDS/MKD) ▲콜키신이 금기이거나, 내약성이 없거나, 또는 최고 내약 용량의 콜키신에도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가족성 지중해 열(FMF)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특히 기존 약과 달리 일라리스는 8주 간격으로 투여해, 연 6회만으로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 일라리스는 비급여 상태다. 어렵게 유전 재발열 증후군을 진단받은 환자와 가족들은 약이 있음에도 치료 제한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희귀질환 유전 재발열 증후군 치료에 국가적,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노바티스 임상의학부 면역질환팀 이근성 이사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질환 인지도가 낮아 조기에 질환을 알아차리고 진단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더 나아가 진단 이후에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적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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