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각 임상 전문과별 의사 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3년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에 모인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각 과에 의사들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대안도 공통됐다.
바로 '보상'이었다.
◆ 소아청소년과 = 소아를 진료할 의사 및 병원이 없어 '소아과 오픈런'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과는 연일 화제의 중심이다.
2019년만 해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6명 중 185명(89.8%)이었다. 2020년에도 205명 중 146명이 지원하며 71.2%를 기록했다.
그런데 2021년 소청과 전공의 확보는 38.2%, 2022년에는 28.1%로 폭락했다. 2023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25.4%를 기록하며 더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는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비정상적인 낮은 보상, 그리고 저수가는 대량 진료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유래없는 초저출산과 코로나 팬데믹은 진료량을 격감시켰고 지역 거점 1차 진료체계를 급속히 붕괴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힘든 치료와 부족한 보상, 중환자 진료의 부담 및 전문의 직군의 비전 상실은 소청과 전공의 기피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은 보험이사는 '적정 수가'가 급선무라고 꼽았다. 그는 수가 인상이 효과가 미약했던 것은 잘못된 정책이어서가 아니라 부족함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은 보험이사는 "소아 진료는 노동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다. 소아의료체계 개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수가 인상 강도의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불충분한 보상 수가의 정상화는 인력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는 일반병동 입원 연령가산을 확대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소아진료 가산, 중환자실 입원료 및 소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수가 개선 등을 제시한 상태.
다만 은 보험이사는 집행 강도와 시간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입원 진료 소아 가산은 최소한 전 연령구간에서 2배 이상 인상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아필수의료의 인력이 유입되려면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근무여건 개선, 수련의 질 향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는 중요한 유입 동기다.
은 보험이사는 "수요자인 예비 전공의들의 눈높이에 맞는 직업 환경 변화, 즉 소청과 전문의로서 일하게 될 1차 진료의 안정성과 종합병원 전문의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마취통증의학과 =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부각됐다.
그동안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전공의 지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수술 필수 인력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 예로 지역의료원의 경우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1명 밖에 없어 수술을 하루에 몰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현재 마취통증의학과는 ▲각종 시술·검사를 위한 진정 영역 ▲코로나19 환자 수술 마취 및 산소요법·인공호흡기 치료 ▲수술 전 마취 평가 클리닉 등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 임병건 교수(고려대학교)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인력 양성, 재배치 및 확충 방안을 언급했다.
임 교수는 "통증 개원으로 부족해진 마취 전문의를 보충할 인력 양성을 위해 정원 책정 TO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설 의과대학들도 유일한 부속병원에서 필수과인 마취통증의학과 수련을 위한 TO가 보정될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 필수의료에 많이 참여하는 병원, 비수도권 병원들도 전공의 수련 교육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지도전문의와 시설을 갖췄다면 적절한 TO가 분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낮은 수가와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한 수가 제도를 꼬집었다.
중증·응급 분만 등의 필수의료에서 마취 부분은 필수다. 하지만 신포괄수가제 시 별도의 마취료는 미산정되며, 수술 의사가 수술과 마취를 같이 시행하는 것도 별도의 마취 의사를 두는 것에 동일한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개원은 10년 새 73.6%나 증가했다.
임 교수는 "마취전문의 기피 현상은 근본적으로 저수가 문제와 직결돼 있다. 전문의 초빙료 인상 및 병원·의원급 마취 수가 가산이 필요하다. 고난도·고위험 응급수술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과목과 야간·휴일 응급수술에도 적정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산부인과 =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2000년 253명에서 2023년 10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저출산, 고위험 산모와 의료사고 증가 등은 분만 인프라를 처절하게 붕괴시켰다.
2007년 1,027개였던 분만의료기관은 2019년 531개로 약 절반이 줄어들었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250개 중 분만 취약지 또는 준분만취약지는 105개 지역으로 조사됐다.
전문의 중 분만을 기피하는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
산부인과 지정 수련병원 수는 2010년 106개에서 2020년 88개 병원으로 18% 감소한 상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홍순철 교수(고려대학교)는 출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성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합병증 발생, 이로 인한 의료소송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러한 산부인과 전문 인력의 감소 및 분만 기피 등은 임신/분만 관련 저수가와 의료소송이 주요 원인이다"고 말했다.
분만의 특성상 응급환자와 같이 1년 365일 24시간 임산분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국가적 보상 및 현재의 낮은 수가로 인해 더이상 분만의료기관 유지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는 안전한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를 제안했다. 임산부 1인당 30만 원으로 보험금을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지원하고, 모성 사망 시 1억, 임신 34주 이후 신생아 뇌성마비 시 3억 원의 보상금 지급을 제시했다.
전체 시군 지역의 시설, 인력 기준을 갖춘 분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는 지역수가를 신설해 추가 지급하고, 의료 사고 예방 등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정책수가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분만 담당 의사의 성과급 지급도 같은 맥락이다.
홍 교수는 "100~300병상 종합병원에 산부인과를 필수 진료과로 지정하고, 분만실을 운영하는 기관에는 분만취약지 지원 기준에 준하는 운영 지원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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