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인하, 인하"‥의약품 사후관리제도 살펴보니

제약업계, 국내 약가 인하 기전 너무 많다는 시각도
각 제도별 역할 차별화‥급여 재평가는 기존 제도와 중첩 안 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12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제약업계가 국내 의약품 사후관리제도를 논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약가 인하'를 위한 기전이 너무 많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니었다. 건강보험에서 약제 등재 후 사후관리제도는 대부분 약가 조정으로 귀결된다.

'제네릭 등재 시 약가 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 인하제도' 모두 결과적으로 약가가 인하되는 것이고, 그 원인은 해당 약제 자체의 사용량 증가, 실거래가 인하, 제네릭 등재 등 재정적 요소와 관련된다.

그런데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이러한 약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후관리기전과 분명히 차별화된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이미 등재된 약제에 대해 건강보험 지불 가치가 계속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사후관리제도와 목적이나 검토 내용에서 중첩되거나 충돌되는 사항이 없다.

◆ 제네릭 등재 시 '약가 인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합리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먼저 최초 등재 의약품(오리지널 제품)의 제네릭이 등재되면 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 제품과 제네릭 모두 오리지널 제품 가격의 53.55%로 조정되고, 1년간 한시적으로 가산이 적용돼 오리지널 제품은 70%, 제네릭은 59.5%로 약가를 인정한다.

2012년 4월부터 동일 제제 동일 약가 제도를 운영하다가, 2020년 7월부터는 제네릭의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동일 제제 제품의 난립을 억제하고자 제네릭 가격 차등제도가 도입됐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제네릭 가격을 두 가지 기준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수행, ▲원료의약품 등록에 따라 차등화한다. 두 개 기준 모두 충족하는 경우 53.55% 가격을 적용하고, 한 개 기준만 충족하는 경우 45.52%, 두 개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38.69%를 적용한다.

그리고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그 이후에 등재되는 제품의 가격도 달라진다. 동일제제 상한금액 중 최저가와 38.69%로 산정되는 금액 중 낮은 금액의 85%로 산정한다.

2020년 7월에는 가산제도도 개선했다. 제도 개선 이전에는 동일 제제의 제약사가 3개사를 초과하지 않으면 가산이 계속 유지됐는데, 제네릭 개수가 적은 경우 장기간 약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새로운 가산제도에서는 1년 가산 후 가산 연장을 최대 2년까지 가능하게 했고, 이후 추가적인 연장이 필요한 경우 심의를 거쳐 최대 2년까지(1년 단위 심의)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 5년까지만 가산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새로운 약제가 등재된 후 제네릭의 등재에 따라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며, 제네릭의 개수나 시장의 경쟁 정도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제네릭 등재와 관련된 약가 인하는 약제의 임상적 가치와 직접 연관되지 않으며, 제품의 경쟁 환경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 사용량-약가 연동제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의약품의 청구액이 예상 청구액보다 크게 증가하거나 전년도에 비해 청구액이 크게 증가한 경우, 과다한 재정지출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2020년까지 총 971개 품목이 협상을 거쳐 상한금액이 인하됐다.

약제 선정은 청구액을 모니터링하면서 사전에 정한 유형 기준에 해당되는 약들을 추린다. 그리고 각 유형에 해당되는 산식에 의해 산출된 약가 인하율을 기반으로 약가 협상을 통해 최종 인하율을 결정한다.

약가 인하율은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고, 연간 청구액이 15억 원 미만인 동일제품군, 상한금액이 동일제제 산술평균가 미만인 품목은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제품의 청구액이 증가함에 따라 약가가 인하되는 제도로,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청구액이 크게 증가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제도는 재정 영향 완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약가 인하가 이뤄진다.

◆ 실거래가 약가 인하

건강보험에서 약가 상환은 실거래가 상환제에 의해 이뤄진다. 요양기관은 실제로 구입한 가격으로 청구하고, 보험에서는 그 가격으로 상환한다.

그런데 실거래가로 상환받게 되면 요양기관이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동기가 없어지므로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2014년 장려금제도로 개편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장려금제도에서는 요양기관이 상한금액보다 낮은 저가로 구매한 경우 상한가격과의 차이의 일부를 요양기관에 장려금으로 지불한다. 이러한 장려금 지불은 의약품의 실거래가를 낮추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실거래가 상환제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보험에서는 2000년부터 실거래가를 파악해 약가를 인하하고 있다.

2022년 실거래가 약가 제도를 통해 총 3,829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평균 1.18% 인하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3만4천여 품목의 상한금액을 인하해 6천억 원 이상의 재정 절감을 달성했다.

모든 등재 의약품에 대해 2년마다 실거래가의 가중평균가를 파악해 현재의 상한가격과 비교해 약가를 인하한다. 약가 인하의 크기는 최대 10%로 한정된다. 

실거래가 약가 인하는 제도적으로 모든 약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 거래 과정에서는 대형 의료기관의 원내 조제 의약품에서 가격 인하가 잘 발생한다. 실거래가 약가 인하도 이러한 의약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제도 개선을 통해 주사제 인하율을 30% 감면하고, 국·공립병원을 실거래가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실거래가 약가 인하는 의약품 거래에서의 가격 할인을 반영해 상한금액을 인하하는 것이므로,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과 직접 관련이 없다. 

◆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한정된 예산으로 의학적 요구도가 높은 의약품을 급여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가치가 낮고 급여의 필요성이 희박한 의약품에 대한 재정 투입을 줄임으로써 가용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맥락에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는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의약품 사용의 적정성을 높이고 약제 급여 지출의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해당 약제의 보험 등재와 급여의 적정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급여의 가치가 낮은 의약품에 이뤄지던 재정 투입을 줄인다. 이를 통해 의학적 필요성이 높고 급여의 가치가 큰 다른 의약품에 투입 가능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재평가 대상은 급여 목록에 있는 약제의 성분 기준으로 선정하며, ① 청구현황(약품비 청구액의 0.1% 이상), ② 주요 외국 급여현황, ③ 정책적 사회적 요구 이슈 사항 모두에 해당하는 성분으로 한다.

평가 기준은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로 구성되며,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임상적 유용성'이다.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급여 유지,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되면 비급여로 결정돼 재평가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급여되던 의약품을 재평가해 급여 축소 또는 약가 인하, 비급여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는 제약사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제약기업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재평가 결과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재평가 처분에 대한 법적 다툼은 재평가의 정책 효과를 늦출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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