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결국은 '평행선'이다.
한쪽은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의사 인력을 해결하려면 의대 정원을 손 볼 것이 아닌,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개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토론회는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줬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논점을 흐리지 말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논점을 흐리고 의료 인력 재배치와 불균형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확실한 입장을 전달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수는 2.1명으로 OECD 평균 3.6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의사 수는 1990년대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러한 경향이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되다가 2002년 의대 정원 동결 이후 둔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2000년대에 들어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렸다. 그 결과,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2000년 평균 8.3명에서 2015년 12.1명이 됐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의대 정원 감축 및 동결 정책을 지속해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6.0명이다.
정 교수는 "이로 인해 전공의를 채우지 못하는 필수 전문 과목이 속출하고 있고, 의료 취약지나 지방 오지에는 웬만큼 돈 지불 없이 의사를 근무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부족이 가져오는 각종 폐해를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전공의 미충원, 전공의법 개정에 따른 근무시간 축소 등에 기인한 전공의 부족 현상, 특정 진료과 기피 문제로 의사보조인력(PA)의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 공공보건인력의 부족, 지역간 불균형, 진료 분야간 불균형 분포, 의료기관 종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의대 입학 정원을 몇 년 내 현재의 3058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고 입학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전문 과목별,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전체 의사 인력의 공급이 원활해지면 상당 부분 자동 조정 기능에 의해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료 인력 간 역할 재조정 및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통합의대를 통한 1차 의료 인력 확충을 예로 들었다.
보건의료인력의 배치 기준의 정비도 제안됐다. 보건의료인력의 법적 배치 기준을 의료기관 유형, 환자 특성 및 중증도, 의료 환경의 변화, 현실 적용 가능성 등을 반영해 재정비하자는 것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 교수는 "현재 모든 수급 추계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의사는 부족하다. 그리고 의사를 늘리면 의료비는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취약지 등 평균 이하의 진료권을 평균 수준으로 올리고,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7500~9500명의 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의료 취약지에 병원도 짓고 대학병원 네트워크 등 지역 균형을 책임져야 한다. 의사 숫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골고루 분포시키고 국민이 서비스를 받는 문제까지 같이 개선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이 의대 정원 증가이며, 증원 없이 의사 배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현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문제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닌 불균형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의사가 과잉공급 되는 상황에서 정작 필요한 분야의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필수과 의사의 상대적 박탈감과 필수과를 떠나게 만드는 정책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근본적인 개선 없이 향후에 더 많은 숫자의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청과 전문의를 양성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30년간 기피과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의사 인력 불균형 배치 문제를 의사 수 부족 문제로 전환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필수과 기피 문제의 해법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대학병원 경영을 위한 잘못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필수과 전공의의 졸업 후 진로 보장 ▲필수의 의료인의 근무 환경 개선 ▲필수과 의료 분쟁 문제 해결 등이라고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사 인력의 불균형/재배치의 문제다. 필수의료 분야로 인력을 유입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과 충분하고 과감한 건보재정 투자로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의사 수 증가 필요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정부에서 만약 의대 정원 증가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의사 수 증가가 필수 분야 전공 증가로 이어지는지 즉각적이 실험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 교수는 "의대 정원 증가 시행 전 시범사업을 올해 당장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증거를 확보한 뒤 증거 기반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전공의 정원 확대를 통한 전공의 인력의 즉각적 증가와, 3년 후부터 전문의 인력의 즉각 증가가 지역-필수의료의 공백을 메우는지 살펴보자는 것.
2024-2026년 전공의 수련 3년간 시범사업을 우선 적용해 본 후 그 결과가 가설에 부합할 경우, 의대 정원 확대를 2027년에 결정하면 2028년 첫 확대된 정원에 의한 입학생을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3년간의 시범사업이 가설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의대 정원 확대는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전공의 지원 분포 변화를 확실히 보여주기 전까지 의사 수 정책 실시 계획은 중지한다.
오 교수는 "이해관계자 모두 과잉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의대 정원을 한 번 정하면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경상적인 결정으로 보는 데서 갈등이 시작한다. 시니어 전문의의 은퇴나 전공의 정원, 의대 정원은 특정해 조절할 수 있는 밸브(valve)이므로, 가역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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