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정책의 문제점‥"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에 초점"

"필수의료 지원대책,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
참여 인력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이어야 긍정적인 분수 효과 예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11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필수의료의 붕괴 문제가 심각한 지금,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일말의 기대감을 제공했으나 반대로 큰 소용이 없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복지부는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중증 응급, 분만, 소아진료를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이라는 세 분야에 걸쳐 여러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그런데 많은 문제들 중에서 국민, 정부, 의료계 모두가 심각하고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은 중증, 응급, 소아, 분만, 외상, 심뇌혈관 분야의 전문인력의 부족 문제다.

직업과 전공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의사 개인의 입장에서 '몸은 고된데 수입은 되레 적고 워라벨을 유지할 수 없는' 필수의료 진료과는 합리적 선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필수의료 정책이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진료과 전문의 확보와 양성을 위한 지원대책이 아니라 국민에게 최소한의 필수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공 대책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대한의학회 E-NEWSLETTER의 '필수의료 지원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에 따르면,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의료기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의료기관과 전공진료과를 선택하는 의사 개인을 의료기관과 분리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 즉, 정부는 의료기관을 유인하는 정책을 통해 체계를 개편하고 그에 소속된 의사들로 필수의료 진료가 확보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지원대책에는 '응급의료체계 개편 및 확중', '중증 및 소아 진료 강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강화', '소아진료기반확충(예; 소아응급진료기반확충)', '전공의 배치기준 개편 및 병상관리 대책 마련'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의학 문재영 교수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정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정책들은 결국 최종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에서 일하게 되거나, 필수의료 진료과를 전공으로 선택한다면 정기적으로 야간응급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문재영 교수는 "만약 10명의 전문의가 필요한 진료 분야에 병원이 5명 밖에 채용을 하지 못한다면 절반이 나머지 의사들의 몫까지 일을 해야 한다. 워라벨을 손해보는 위험을 안고 필수의료 진료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거나 상급병원에 남는 선택이 합리적일까?"라고 반문했다.

문 교수는 필수의료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의사의 사명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공의는 더 이상 교수 대신 환자를 봐줄 수 있는 대체 인력이 아니다. 과거처럼 최종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가 야간에 왔다고 전공의에게 추가로 입원 환자를 보라고 지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음날 진료가 있는 대학병원 교수가 야간에 직접 환자를 보기 위해 나서는 것도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수의 주된 업무는 외래 환자 진료, 연구, 의과대학 학생 교육이다. 적절한 교육을 위해 적절한 근무 조건과 입원 환자 수 제한을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도 업무가 너무 많아 견딜 수 없어 대학병원과 필수의료 전공과목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의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문 교수는 정부가 의사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대책, 의사 개인의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 의료기관과 의사를 분리해 마련해야 하는 지원대책은 '전문의 당직비'이다.

중증, 응급, 소아, 외상, 심뇌혈관 등 진료 분야 전문의의 당직 근무는 통상 근무와 동일하다. 주간에 하던 응급실 진료, 입원 환자 진료, 수술 등이 그대로 야간까지 연장된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연장근무수당은 통상시급의 150%, 야간근무수당은 200%를 지급해야 하지만 법이 정한 수준에 부합하는 당직비를 지급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문 교수는 "법에 정해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의료기관 진료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대책에서 의사들은 워라벨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정책 수가를 포함해 수가 형태로 병원에 보상하고자 하는 현재의 방법은 당직 전문의 고용,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낙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은 새로운 병원을 짓거나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외래 진료 의사를 고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오로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은 그 참여 인력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이어야 긍정적인 분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섣부른 정책, 제도만 바꾸는 방식은 갈등만 부추길 수 있으므로 사회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직장의 관리자와 경영자는 부모들에게 돌봄 휴가를 주고 낮시간에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병원 경영자는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의사와 직원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대형병원들은 시설 경쟁, 장비 경쟁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들은 시설과 인테리어 등으로 병원을 평가하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문 교수는 "의사의 인식이 문제라고만 한다면 문제인 것으로 끝날 뿐이다. 대신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진료체계를 만들 수 없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디테일해져야 하고,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를 직접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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