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마약사범 처벌 기준 강화 필요성‥"논의 시작해야"

의료인 마약류 '자가 처방'‥처방의 객관성 검증 어려워 오남용 가능성 커
의료인 마약사범, 면허 재교부 쉬운 편‥심의위원도 공정성 시비 가능성 있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8-22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마약 문제가 커지면서, 의료인의 마약류 자가 처방 및 의료인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이다. 직접 조제할 수 있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진료기록부에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품명과 수량을 적고 이를 직접 투약할 수 있다. 즉, 셀프처방 자체는 합법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충격적인 자료가 공개됐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공개한 의료용 마약류 의사 셀프 처방 현황에 따르면, 매년 5500명~8000명이 마약류를 셀프 처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처방 건수는 약 2만건, 처방량은 85만건 내외이며, 의사 1명이 한해 26회에 걸쳐 마약류 1만 9792정을 처방한 사례도 있었다.

이 당시 최연숙 의원은 "셀프 처방의 극히 일부만 확인했음에도 비정상적인 사례가 확인됐다"며 "전체 사례 중에서 오남용 사례가 얼마나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약류 셀프 처방은 처방의 객관성을 검증하기 어려워 오남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의사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약류 셀프처방을 못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자가 처방이 시행되고 있는 국가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통제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 원천적으로 자가 처방이 불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국가도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의하면, 영국의 경우 자가 처방이 불법은 아니나 가급적 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의학협회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가 및 가족 처방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처방 금지인 사항을 명시해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자가 처방을 인정하고 있으나 주에 따라 규정이 상이하다. 가족이나 자신에게 처방을 금지하는 약물을 정해둔 주도 있다. 또한 미국의학협회 윤리강령을 통해 자신 및 직계 가족을 치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자신이나 가족에게 마약을 포함한 통제 약물을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호주도 자신 또는 가족을 치료할 수 없고 처방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셀프 처방은 의료인 마약류 오남용과 연결될 수 있다.

미국의 약물 오남용과 관련된 연구에 의하면 의사들의 약물 오남용 빈도는 일반인과 차이가 없거나 약간 높은 정도로 보고하고 있지만, 마약이나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약제의 사용 빈도는 일반인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김은정 조사관은 "마약류의 오남용을 차단하려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조제 단계에서보다는 의사의 처방 단계에서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이 확인되도록 하는 방안이 실효적이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보고된 데이터가 식약처의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통해 일선 의료기관에 제공되지만, 정보망 확인이 의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

더불어 환자의 동의 없이는 투약 내역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마약류 '처방' 단계에서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하도록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의 이용을 적극 활성화하거나, 필요시 '마약류관리법' 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박에도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연계하고, 약사가 마약류 의약품 등을 조제할 때에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약품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동시에 의료인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법 제8조에 의하면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는 의료인이 될 수도 없고, 취득한 면허를 취소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재교부금지기간을 따로 두고있지 않아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진 경우, 즉 전문의가 중독이 치료됐다고 인정하는 증빙서류(진단서 등)를 구비한다면 즉시 재교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의료법 제8조4항에 따르면 ▲허위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누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진료비 부당청구 ▲면허증 대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지만 3년이 지나면 의료인 면허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의료법 제65조 '면허취소와 재교부'에는 면허 취소에 따른 항목만 적시돼 있을 뿐 의료인 면허 재교부 기준은 없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의료인 면허를 재교부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면허 재교부를 심사하기 위해 총 7인으로 구성된 면허재교부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심의위원은 ▲보건복지부(보건의료정책실장) 1명 ▲법조인(대한변호사협회 소속) 1명 ▲의료분쟁조정중재원(상임조정위원) 1명 ▲의료윤리전문가(한국의료윤리학회 소속 의과대학 교수) 1명 ▲의료법학전문가(한국의료법학회 소속 교수) 1명 ▲지역별 위촉위원(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조사관은 "이 중 4명 이상 찬성하면 재교부가 승인되나 대다수의 위원이 전·현직 의사로 구성돼 있어 공정성 시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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