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22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3년의 기간 동안 의원과 병원 3000곳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만큼 의지는 넘쳐났다.
하지만 정작 시범사업의 1/3 기간이 지났지만 실제로 상담을 시행하고 비용을 청구한 사례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지적에 복지부는 '개선'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아동의 예방적 건강과리 강화를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36개월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의 성장, 심리, 소아 비만, 질환 관리 등에 대해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시범사업에는 1차로 128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이후 3월에 2차 공모가 있었으나 1800개 기관이 추가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500여 개 기관만 참여했다. 이에 현재 1788곳의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예상과 달리 저조한 참여였지만, 기관은 순차적으로 늘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참여 의사를 밝힌 기관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시범사업 청구기관은 229개였다. 시범사업 참여기관 대비 참여율로 따지자면 13.4% 수준이다.
이마저도 청구건수는 점점 줄고 있었다.
시범사업이 개시된 2022년 12월 청구건수는 7건이었으나, 1월 534건, 2월 593건으로 급증했다가 3월부터는 526건, 4월 508건, 5월 516건, 6월 469건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진료비 청구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6월까지 1억 5600만 원이 이뤄졌다. 이는 정부가 추계했던 올해 263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 금액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아동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1, 2차 공모를 통해 기대했던 기관 중 56.7%가 신청을 했고, 실제 심층상담을 시행 중인 기관은 13.4%, 실제 심층상담 후 청구한 금액은 전체 예산의 0.6%였다는 뜻이다. 즉,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3세 미만 아이들 중 겨우 0.6%밖에 심층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참여가 저조함에도 아동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소아의료 대책으로 홍보가 되고 있다.
강 의원은 "대상 기관 확대에 급급할 것이 아닌 실제 참여 기관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명백히 드러나 있다. 올해 초부터 의료계는 시범사업에 대핸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먼저 시범사업 자료 제출 등 행정 부담이 크다는 것이 참여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시범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돼야 하며, 해당 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학회·의사회가 주관하는 전문 교육을 사전에 이수하고 이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시범사업 선정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별도로 전문의 교육(800분 이상)을 온라인으로 이수해야만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의 전문의는 아동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교육·상담 및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또 심평원에 해당 진료기록을 보내야 한다.
여기에 의사는 시범사업 참여를 원하는 부모에게 직접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를 받아야는 부담감, 심층상담 시간이 길어져 다음 환자 진료 대기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있었다.
교육·상담료는 15~20분 이상의 교육·상담을 제공한 경우 약 5만 원 수준이다.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의원급을 기준으로 12개월 미만이면 회당 2400원, 12개월~36개월 미만이면 회당 1만 400원 수준이다.
소위 '3분 진료'를 벗어난 심층상담이지만, 심층상담을 원하는 부모에게 갑자기 늘어난 본인부담금을 이해시키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이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의견이다.
제한적인 상담 서비스의 횟수도 언급됐다.
아동 심층상담을 이용하고자 하는 부모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에 방문해 아동에 대한 심층상담을 요청하면 되는데, 해당 서비스는 연 3회까지 받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심층상담 횟수가 너무 적다며, 적어도 24회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이와 같은 애로사항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강선우 의원의 서면 질의 답변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의 효과 평가를 위한 자료 제출, 환자 동의서 징구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범사업 참여 행정부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운영 협의체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소아청소년과학회 및 이사회, 대한의사협협회,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범사업 운영 협의체를 통해 사업절차 개선, 홍보 강화 등 참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022년 사업을 시작할 때 복지부는 교육·상담이 종료된 시점에 사업 모니터링 및 효과 평가 연구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정부담이 커 예산의 0.6%밖에 시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갖고 종합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여러 차례 건의된 문제점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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