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면허취소, CCTV, 비대면진료…모두 1년새 벌어졌다

[메디파나뉴스 선정, 2023년 의료계 10대 뉴스]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12-18 06:05


1.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의대정원 확대 여부를 둔 정부와 의료계 사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초부터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수요조사 결과 기존 정원 3058명 대비 전체 의과대학이 제시한 오는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지속 확대 후 2030학년도까지는 최대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증원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수요조사는 오랜 기간 누적된 보건의료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여정에서 첫걸음을 뗐다는 의미가 있으며, 대학이 추가 투자를 통해 현 정원 3,058명 대비 두 배 이상까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수요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2025학년도 총 정원을 결정하며, 확충된 의사인력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지역·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의료계는 극렬한 반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의대정원 확대가 이익으로 직결되는 대학 수요 조사를 발표한 데 이어 전공의 인력이 늘면 좋은 병원계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의료계를 고립시키는 여론몰이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요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전국의사 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를 꾸려 수요조사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전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투표를 개시했고, 17일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9.4 의정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강하게 규탄하는 행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2.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시
정부가 여러 반대 속에서도 비대면진료 체제를 이어가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보건복지부는 5월 30일 8시에 개최된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확정·보고했다.

이날 공개된 추진방안에 따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조정되면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종료됐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제한적 범위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6월 1일부터 실시됐다.

6월 1일부터 3개월 동안에는 시범사업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복지부는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과 관련, ▲국민 건강 우선 ▲편의성 제고 ▲환자 선택권 존중 등 3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 의료의 안전성과 의료 이용의 편의성,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분석 결과와 의약계․전문가 등 논의를 반영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상환자 범위 설정, 적정 수가 수준 마련 등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며 "향후 의약계, 전문가 논의를 통해 시범사업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6월 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온라인과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과 관련해 각종 평가와 문의가 쏟아졌다.

의원 사이에서는 일선에서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홍보에 나서거나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공유 요청이 이어졌다.

일부 병원은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 관련 사항을 공지하고 나섰다. 특히 '이미 방문했던 병원'임을 강조해 비대면 진료 재진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3. 간호법 재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법 폐기를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은 6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 갈등으로 인해 최우선 가치인 국민건강에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면서 "국민건강은 다양한 의료전문직역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간호법안은 이 같은 유관 직역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또 간호업무 탈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런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회까지 통과한 법이 끝내 정부에 의해 막히면서 간호계 반발은 극에 달했다.

정부가 간호법안 공포를 거부하고 국회 재의를 요구키로 결정하자, 간호계에선 '단죄'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면허증 반납 운동과 의사 불법 지시 거부 등 준법투쟁 계획을 확정하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당시 복지부도 간호법 재의요구 이후 의료현장 안정화를 위한 간담회를 수일 동안 연일 지속했다.


4. 의사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과 함께 의료인 면허취소 범위를 금고 이상 형으로 넓히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다.

간호법의 경우 14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함께 반발 목소리를 높이며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 냈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경우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20일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등이 면허취소 범위를 성범죄나 중범죄 등에 국한하는 개정안 발의를 위해 노력한 결과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민주당은 법안을 논의하기엔 때가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21대 국회 내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도 되기 전에 후속 개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입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스스로 형해화한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며 "민주당 측 개정안 발의가 아직인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5. 서울백병원 진료 종료
서울 도심에 있던 병원이 또 사라졌다. 2004년 중앙대 필동병원, 2008년 이대 동대문병원,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 2019년 성바오로병원, 2021년 제일병원에 이어 올해는 '서울백병원'이 폐원 목록에 합류했다.

백인제 박사가 세운 83년 역사의 서울백병원은 2023년 8월 31일 진료가 종료되고, 11월 1일 최종적으로 폐원 처리가 완료됐다.

서울시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이었던 서울백병원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전담병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감염병전문병원으로 공공의료를 책임졌다.

하지만 인제학원 이사회는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서울백병원의 누적 적자가 20년간 1745억 원이 발생했다며 지난 6월 20일 폐원을 의결했다.

이러한 결정은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의 큰 반발을 샀다.

특히 교직원들은 법인이 일방적으로 진료 종료일을 통보하면서 직원들의 거취 문제, 환자 진료 혼선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인은 지난 7월, 8월 31일까지 6주 안에 서울백병원 측에 진료를 종료하라고 통보했으며 서울백병원 전 직원을 부산 지역으로 발령한다고 알렸다가, 얼마 뒤 일부는 수도권에 남겨두겠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교직원들은 동의 없이 무리하게 강제 전보 절차를 진행한 법인을 크게 비판했다. 법인이 제안한 근무 지역과 근무 여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많은 직원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막을 수 없었다. 병원의 폐원을 받아들일 수 없던 교수와 일반 직원 257명은 서울백병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10월 이를 기각했다.

결국 11월 서울백병원은 공식적으로 폐원을 하게 됐고, 이로 인해 서울 도심의 공공의료 공백이 시작됐다는 우려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백병원과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진이 모인 '서울백병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서울백병원 부지의 활용 방안으로 '외상 긴급진료센터 구축'과 '의료복합빌딩 재건축'을 제안한 상태다.


6.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
의료기관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됐다.

보건복지부는 9월 25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2021년 9월 24일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다.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취지에서 법이 개정됐다. 법이 공포된 이후 복지부는 연구용역과 관계단체 참여 협의체 논의를 통해 시행규칙 등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랜 기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이 이뤄졌고, 2년여의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만큼, 수술실 내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시행 과정에서 현장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의무화 직전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에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 복지부가 설치 현황 파악을 마치지 못한 점,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배포된 것이 시행 한 달 전이라는 점, 가이드라인 확정이 시행 6일 전에 이뤄진 점 등이 문제가 됐다.

25일 의무화 당일 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으며, 의협은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행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각 수술실 CCTV 설치, 환자 신청, 의료진 동의, 영상보관 등을 위한 조직과 체계를 일정 수준 갖춰 의무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마쳤다.


7. 대법원 한의사 뇌파계 사용 적법 판결

올해는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12월 초음파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 반발이 커졌으나, 결국 지난 9월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 선고가 확정됐다.

이에 더해 지난 8월엔 뇌파계 사용이 문제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며 의료계 반발이 커졌다.

당초 원고인 한의사는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했고,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라는 이유 등으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다.

쟁점은 한의사가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뇌파계 사용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복지부 상고를 기각했다.

이 같은 판결을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최근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이 잇따른다는 점에서 대법원 스스로 의료법 원칙을 무시한 채 면허범위를 뒤흔드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판결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면허범위를 위반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엄단하는 의료법상 법원칙을 대법원 스스로 무시한 판결을 이어가는 취지를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반대로 한의계는 초음파, 뇌파계를 비롯한 현대 진단기기 적극 활용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의계는 이번 판결을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로 정의하며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기 관련 규제 정비를 촉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현대 진단기기는 양의계 전유물이 아닌 한의학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라며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현대 진단기기로 보다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를 시행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 소청과의사회 폐과 선언

저수가라는 고질적 문제에 저출산 현상과 이대목동병원 사건이라는 법적 리스크까지 겹친 소아과가 결국 폐과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정부 필수의료 대책이나 소아청소년과 대책 실효성이 전무하다며 기대를 접고 폐과를 선언했다.

기형적 저수가를 박리다매식 진료로 버텼으나,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제자리를 걷는 수가에 적자를 메우기도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더는 하고 싶어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며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과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소청과 의사 수입은 28%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낮은 진료비를 많은 진료량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것으로 알려진 소청과지만, 병원 유지를 위한 제반비용은 상승하는 가운데 수익은 줄어드는 악화일로가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그나마 소청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은 정치인의 마구잡이 선심 속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 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 유일한 소아청소년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이 사라졌다"며 "심지어 올해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은 기존의 40%만 받게 질병청이 강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해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개가 폐업했다"며 "그러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 째 동결으로, 동남아 국가의 1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임 회장은 또 "인턴 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나온 의사보다 수입이 적다"면서 "정부 대책을 보면 인턴 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겠다고 할까, 대학병원 교수님들이 보람 갖고 계속 일할까 , 소아 세부 전공을 통해 난이도 높고 희귀한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이 설까 의문만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개원가 현황은 인턴의사가 의대 졸업 후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개원을 통한 수입을 예상할 수도 있고, 세부전문의를 마친 뒤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 진료에 매진하다가도 정년을 마치면 개원할 수 있는 선택지로서 정년 이후를 가늠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정부가 현상 유지를 위한 땜질식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폐과 후 일반과 전환을 위한 피부·미용 등 일반과 전화 교육과 같은 사후 조치도 이어오고 있다.

임 회장은 이후 지난 6월 인터뷰에서도 "소청과 의사는 아이 목숨을 다루는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데,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망이나 중대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면서 결과에 대한 면책 특례가 없다면 어떻게 지원할 수 있겠냐"며 "전 임상과 중에 압도적인 꼴지 수입, 유일하게 28% 감소한 데다 인턴만 마친 일반의보다 수입이 적다면 어렵게 수련받으며 전공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송 위험 없이 외국처럼 하루에 20명만 환자를 보고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관계 아래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동네 소청과를 위한 대책과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교수들이 소송 위험이 적고 합당한 대가를 받아 소청과를 전공해도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청과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전기 모집 결과는 정원 대비 지원율 25.9%로 9.6%p 오르는 데 그쳐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9. 대형병원 분원 사전심의 의무화
300병상 이상 병원은 복지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분원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복지부 방침이 발표됐다.

복지부는 8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을 발표했다. 이번 병상수급 기본시책은 병상관리체계 구축, 의료기관 신규 개설 절차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가 도입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완공된 후에 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돼있지만, 개선안에서는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만 부지 매입과 건축허가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사전 심의 절차는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병상 신증설 시에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로부터 사전 심의‧승인을 받아야 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은 의료기관 개설 시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료인력 수급 계획도 함께 제출해서 심의 받아야 한다.

가동 병상을 확대하거나 병상을 증설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복지부는 법 개정을 통해 해당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또 현재 일부 시도에서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허가권을 시군구에 이양하고 있어, 이를 시·도지사로 재정비한다.

사전 심의 절차 마련과 함께 '지역별 병상 관리 기준'이 새롭게 마련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각 지역을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으로 구분한다. 향후 공급 제한, 공급 조정 지역은 병상 공급이 제한된다.

또 시·도 병상수급 현황을 상시 점검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의료계‧이용자 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병상관리위원회'가 신설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병상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되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병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병상 증가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 및 의료계와 협조해 적정한 병상 공급을 통해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로 개선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10.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전환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10대 청소년 사망사건과 관련, 처음 해당 환자를 수용거부했던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전환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과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있지만, 관련 의사회에선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대구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경찰은 5월 16일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 A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에서도 사건 발생 후 현장조사,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대구파티마병원에 대해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복지부에 따르면, 당시 119구급대는 환자를 데리고 가장 먼저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을 내원했다. 이에 근무 중이던 의사는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해당 구급대원이 재차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정신건강의학과 이외 응급진료에 대한 수용을 의뢰했으나, 병원은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제공이 어렵다는 사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응급의료법 제48조2에서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로부터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위반하는 행위다.

대구시의사회는 마녀사냥 식 경찰 수사와 복지부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억지 수사는 대한민국 필수 의료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과 입원 병동이 없어 자살 시도와 같은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 사건 당일에는 응급실 환자가 많아 상황판에 '환자 수용불가'로 공지된 상태였다. 또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에는 발목골절이 의심되지만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인 상태로 판단됐다. 또 자살시도가 의심된다는 119구급대 의견 등을 토대로 보호자 설명 후 정신과 입원 치료가 가능한 경북대병원으로 환자를 전원 조치했다.

의사회는 "과거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소청과 교수가 구속된 사건이 현 소청과 의사 급감 시발점이 됐듯이, 이번 사건에서 강압적인 수사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희생된다면 응급의료 체계 붕괴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힘들고 어려운 응급실을 지키는 젊은 의사가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6,000여 대구시의사회원들은 끝까지 응급의료를 지킬 것을 약속하며, 비상식적인 마녀사냥을 당장 멈출 것을 엄숙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