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규모 논의 임박…의료계 상한선은 '세 자릿수'

증원 근거 없다, 0명 적정-버티다 대규모 증원 우려…의견 갈려
주수호 "의협 스탠스 명확히 잡고 회원 의견 모아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17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 규모 논의가 임박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근거가 없는 증원에 동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단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일각에선 사면초가 여론이나 정부·국회 압박 상황을 고려하면 '세 자릿수' 증원에는 동의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제시해달라는 보건복지부 공문에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의대정원 확대 규모와 관련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부터 시민단체 주장, 언론보도 등도 이어지며 사실상 증원 규모 논의가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원칙적인 적정 규모는 0명이라는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정부에서 의료계가 납득할 만한 증원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일련의 지역·필수의료 붕괴 문제는 인력 부족이 아닌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근거는 물론 의대정원 확대로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된다는 근거도 없다"면서 "반면 부작용인 의대 교육의 질 문제나 쏠림 문제는 이미 현장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등돌린 여론은 물론 정부나 대통령실 의지, 국회 압박 등을 고려할 때 반대만 하기보단 일정 규모 확대 후 조정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0명을 고수하다 얻는 것 없이 대규모 증원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다만 이 같은 온건파 의견도 심리적 상한선은 '세 자릿수'라는 설명이다.

다른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증원에 동의하는 의사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의료계가 취해야 할 스탠스에는 의견이 갈린다. 의료계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0명이란 원칙을 관철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정 규모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언급하는 수치는 세 자릿수로 1000명을 넘진 않는다"면서 "대표적으로 나오는 숫자가 의대·의전원이 제시한 350명"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의협이 명확한 스탠스를 잡고 의견을 모아야 힘이 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는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필수의료는 미달인데 수도권 빅5 인기과 798명 정원에 1002명이 지원했다. 탈락할 것을 알면서도 들어간 인원이 204명"이라며 "수를 늘리면 지역·필수의료가 살아날 것이란 낙수효과 망상은 이미 깨졌다. 오히려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자신있게 0명이라고 얘기하거나, 어느 정도는 사회적 상황 고려해 증원해야 한다면 회원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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