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험한 한미·OCI 통합…주총 표대결로 결정 전망

법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한미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할 길 열려"
임종윤·종훈 형제, 가처분 항고 예고…통합 무산 위기 넘겨

문근영 기자 (mgy@medipana.com)2024-03-26 14:20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법원이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관을 하나 넘었다. 다만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기각 사건은 한미사이언스가 보통주식 643만4316주를 OCI홀딩스에 유상증자한다고 밝힌 내용과 연관된다. 지난 1월 이 회사는 운영자금 약 1400억 원, 채무상환자금 약 1000억 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유상증자 공시 관련해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두 그룹 통합 결정이 모녀 관계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상속세 납부 등 사익편취를 위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은 두 배 이상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었던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을 바꿔치기 한 셈이라며, 기관과 4만여 주주 권익도 무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은 두 그룹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이사회 경영 판단이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기각 결정 관련해 법원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주식거래계약 이전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입해야 할 투자 상황을 고려할 때 운영자금 조달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기각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며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절박한 상황을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며, 대주주와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의지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가처분 결정이 임시적인 조치이므로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안 소송을 통해 기각 결정 부당성에 관해 다툴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형제는 의견문을 통해 재판부 고뇌 시간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한 가처분 결정 당부와 별개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회 경영판단 합리·적정성에 대해 주주들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을 경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가 되고, 이에 따라 OCI는 한미사이이언스 지분을 예정대로 이전받지 못하게 돼 주주총회 결과와 상관 없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 예정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오는 28일 주총에서의 표 대결 결과에 따라 통합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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