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총선 D-8'…의대정원-의료파국 막판 시나리오는(下)

尹 정부, 총선 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재고 가능성 '제로'
의대정원 증원 재고 가정 위해선 총선 후 장기화 국면 돼야
재고 조정수준, 재고 시점도 관건…'원점 재논의' 어려울 듯
전공의 유급회피 4월 마지노선…의료붕괴 막으려면 재고돼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4-02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지난 두 달 가까이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이변 없이 추진해왔던 윤석열 정부가 향후 정책 재고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많지 않다. 특정 직역에 굴복하지 않고 정책을 확고히 추진하는 정부로 대외적인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재고하는 것은 그간 취해왔던 행보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며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권도 의사증원과 의료개혁을 해내지 못했다.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선 것은 총선과 의료파국이 엮이면서 흔들릴 수 있는 민심을 바로잡기 위한 여론전이자, 재고 가능성에 대한 의료계 기대를 최소화시켜 이른 시점에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때문에 총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남은 8일 내에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고려 가능한 최대 변수로 개원가 총파업이 남아있지만, 이 역시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추진되긴 어려운 상태다. 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전공의와 교수들이 부당한 처분을 받으면 총파업을 하겠다'며 전제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총파업에 나설 대외적 명분은 부족하다.

다수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 입장이 너무 견고하다. 이대로라면 총선 전에 정부가 재고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대정원 증원이 재고된다면?

때문에 만일에라도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재고한다고 가정한다면, 시점은 총선 이후가 유력하다. 현재처럼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의료파국이 장기화되고 의료계 저항이 더욱 격해져, 사회적으로 정부-의료계 간 합의가 강하게 요구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단 총선 이후에 재고가 되더라도 총선 결과가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영향을 줄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일부는 '총선 결과에 따라선 정부가 의료계 주장을 수용하거나 포용하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고비 끝에 정부가 재고에 나서게 되더라도 의대정원을 어떤 수준까지 조정할지가 또 다른 관건이다. 현재 진료거부 중인 전공의들은 '원점 재논의', '전면 백지화'만을 주장하고 있다.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원점 재논의에 나서지 않는 한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에 돌아올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원점 재논의나 전면 백지화 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재고하더라도 2025년도는 행정 절차상 우선 2000명으로 증원하되 협의체를 마련해 의대정원을 논의하는 방안, 2000명과 0명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그나마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만일 정부가 여러 사정에 의해 의대정원 정책을 재고하게 되더라도 분명 어떤 형태든 '절충안'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이 극한 상황까지 몰고 온 상황에서 원점 재논의로 돌아서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의료파국에 책임이 있는 의료계로서도 절충안이 제시되면 사회적 통념 상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정책 재고에 나서는 시점도 시나리오를 바꾸는 변수로 평가된다. 만일 절충안이 4월 말 전에 제시된다면 원점 재논의가 아니더라도 전공의·의대생 복귀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4월을 넘기면 의료파국을 넘어 의료붕괴까지도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이달 안으로 복귀만 해준다면 온갖 행정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유급되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상태다. 4월 말이 지나면 더 이상 유급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절충안을 제시하고 나왔을 때에는 전공의들도 합의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인데, 4월 전이라면 복귀에 설득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4월 말 넘어서서 유급이 확실해지고 면허정지 처분까지 받게 되면, 이후에 면허정지 처분이 풀렸을 때는 하반기가 되는데 그때 쯤엔 복귀할 가능성이 너무 적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의료파국을 넘어 의료붕괴"라며 "물론 유급을 각오하고 나간 이상 1년을 쉴 수도 있는 문제인데,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의대교수들도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이고, 그렇게까지 치닫게 되진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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