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국 수련병원 인턴 등록 마감을 앞두고도 정부와 의료계는 공을 돌리기 위한 여론전만 펼쳤다. 인턴 등록률이 10% 초반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선 전문의 수급 공백으로 인한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전병왕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에 '통일안'을 주문했다. 의대정원 증원 2000명이란 숫자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제안한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야당에선 진정성 없이 공을 의료계로 던졌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부 통일안 주문을 언급하며 의료대란 수습을 의료계에 전가하며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입증 책임 전환으로는 혼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2000명 증원에 대한 유연한 정책을 진정으로 구현하고자 한다면, 하루빨리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인 의대증원 수치와 조정 방안까지 안건으로 포함된 논의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이날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은 환자에 손을 내밀었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ationwide Cancer/Choronic disease Triage Project, NCTP)'를 제시했다. 지난 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만나 환자 불편을 들은 결과 '의사는 환자를 떠나선 안 된다'는 본분을 되새기며 출발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NCTP는 전공의들이 진료 지연을 겪는 아급성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정보와 질병 정보·현황, 불편사항, 전원 의사 등을 접수해 진단 교수와 연락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는 방식이다. 응급의료체계는 아직 작동 중인 만큼, 1~3개월 단위에서 암이 진행되거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급성 환자들이 진료 연기에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젊은 의사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 향후 수련 의지가 있는 전공의들도 93%는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며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류 사직 전공의는 "의료체계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정부와 달리 젊은 의사들은 환자 불편함과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조그마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며 "저희는 병원을 떠난 것이지, 결코 환자 곁을 떠난 것이 아니다. 젊은 의사들은 환자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턴 등록 마감일까지 의정 갈등이 진전 없이 '공 던지기' 양상을 보이자 전문의 수급 공백으로 인한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전병왕 총괄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수련병원 모집 인턴 3069명 가운데 2697명은 계약을 포기한 상태다. 12% 정도만 계약한 수준이다. 결국 의대 졸업 후 전문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인 인턴 수급에 공백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는 전문의 2697명 수급 지연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 과정을 밟는 의사가 적으면 결국 펠로우(전임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학병원 교수요원 수급 불가로 연결된다. 결국 이를 감당해야 할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날 젊은 의사 동향조사 브리핑에 따르면 응답자 1500여 명 가운데 34%는 차후에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론에 의한 의사 악마화에 환멸이 났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이탈률이 필수의료 종사자일수록 높다고 부연했다.
인턴 신규 수급에 더해 기존 레지던트 복귀 여부와 복귀율도 불투명한 셈이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면서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교수들이 다 알아서 해야 하니 대학병원을 떠나기 시작할 거다. 도미노"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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