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27일 대한의사협회 차원 의료계 전체 무기한 휴진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원가는 물론 의대 교수 측 동의도 얻지 못하면서 시점을 명시한 집단휴진이 아닌 직역별로 준비되는 대로 동참한다는 방침으로 선회하면서다.
24일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27일 무기한 휴진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자 질문에 "세브란스를 시작으로 각 직역이 준비되는 대로 동참하신다"고 답했다.
이는 기존 발표보다 한참 물러난 입장이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8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폐회사에서 "의대정원 증원과 의료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의대생 부당한 탄압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산하단체와 숙의를 거치지 않은 집행부 단독 결정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현장에서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를 들은 지역의사회장들은 독단적 결정에 분개하며 집행부와 선을 긋고 나섰다.
이후 집행부는 지난 22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27일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려 했으나, 위원들이 선을 그으며 무산됐다. 이날 회의에서 집행부 측은 27일 무기한 휴진을 논의하고 브리핑에 문구를 넣으려 했지만 시도의사회 측은 물론 의대 교수 측에서도 동의 표를 던지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 올특위가 27일 무기한 휴진에 대해 논의, 발표한다면 의료계 전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무기한 휴진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 차원 무기한 휴진이 발표 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이, 개원가에선 새로운 투쟁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은 23일 SNS를 통해 Mento-Menti Maching Program(MMMP) 전국 확대 안내문을 게재했다. MMMP는 조 대의원이 인천시의사회 전 총무이사 시절 기획해 호응을 얻은 선후배 의사 매칭 교류 시스템이다. 멘토-멘티 형태로 선후배 의사가 교류할 수 있도록 매칭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18일 의협 투쟁이 정부 발표 기준 14.9% 휴진율로 마치며 개원가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개원의로서 전공의나 의대생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투쟁 방식을 제시하는 차원이다. 조 대의원은 멘토로 참여할 선배의사 의견을 수렴한 뒤 규모가 파악되면 멘티로 참여할 후배의사를 모집, 매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 대의원은 "전쟁에 참여하는 모두가 전투병은 아니다. 전투병도 보급병도 행정병도 있다"며 "1차 휴진 14.9%는 선배들 의지는 보여줬으나 전투에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한 전투병인 사직 전공의와 학생들이 앞서 나가 있다. 선배의사들은 그들이 지치지 않게, 외롭지 않게 보급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협 차원, 의료계 전체 무기한 휴진이 안팎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자 결국 제대로 된 대정부 협상 카드로 쓰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됐다. 기존 발표에서 내건 의료계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선회한 입장을 발표한 것.
의협은 24일 주요사항 브리핑을 통해 "27일부터 연세대학교 의료원 소속 교수님들 휴진이 시작된다. 결정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면서 "모든 직역 의사들이 각자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투쟁은 29일 올특위 2차 회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계 전체 무기한 휴진은 숙의와 준비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도 쉽지 않은데 섣불렀던 측면이 크다"며 "시점을 명시한 무기한 휴진에서 직역별로 준비되는 대로 동참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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