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이 시작도 전에 휘청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시스템 오류로 내달 예정된 본사업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현장에선 본사업이 시작되면 실사 리스크 등으로 참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본사업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달부터 적용할 관련 수가를 신설하며 본사업이 예고됐지만, 심평원 전산시스템 오류가 확인되며 연기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오류가 나와 완전히 준비하고 시작하려다 보니 연기된 것으로 들었다"면서 "흘러나오는 얘기론 9월 중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선 본사업 일정과 관계 없이 오히려 시범사업보다 참여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인은 본인부담금 인상이다. 시범사업에서 10%였던 본인부담금이 본사업에선 20%로 오른다. 문제는 환자들이 본인부담금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부분이다.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개원의 대다수가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내과 개원의 A씨는 "지금 시범사업 본인부담금이 10%다. 첫날 오면 5000원 정도인데 환자들 거부감이 커 대부분 받지 않는다"며 "관련 심평원 간담회에서 들어보니 80% 이상이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실사나 조사가 이뤄지면 불법인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에서도 대다수가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시범사업 단계에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사업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시범사업 특성상 묵인한 측면이 있지만, 본사업 이후에도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면 기획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본사업 참여가 실사 리스크로 이어지는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범사업 때는 공단에서 알고도 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본사업은 얘기가 달라진다. 상황에 따라 기획조사 대상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정작 일차의료 현장 특성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진 규모가 적음에도 의사와 간호사 모두에게 부과되는 행정업무가 과다하다는 것. 따라서 행정을 전담하는 인력이 따로 있지 않은 경우엔 참여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A씨는 "환자만 보는 것도 정신 없는데, 인터넷 접속해서 몇백원짜리 포인트 진료비 대납한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적인 사고"라며 "일차의료기관에서 다른 업무 다 하면서 하기엔 부담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2년마다 의료진이 받아야 하는 교육도 형식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혈압·당뇨 환자를 수십 년 본 전문의도 4시간 분량 고혈압·당뇨 교육을 들어야 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A씨는 "차라리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 홍보를 1~2시간 듣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사업 참여는 시범사업보다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실정이다.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환자를 모아야 하거나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한두명씩이라도 환자를 늘려가야 하는 입장에선 괜찮겠지만, 5년차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 입장에선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수도권 내과 개원의 B씨는 "주변에 열심히 하는 원장님에게 물어보니 끝나고 두시간 서류작업 한다고 하더라"라며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개원의들이 참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본인부담금 문제 해결을 전제로 본사업 프로그램을 금연치료 사업 정도로 간단하게 줄이고, 교육도 첫 한번에 마치는 수준으로 개선하는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씨는 "사업 자체가 환자 교육하고 그에 대한 보상해주는 식인데, 교수들이 알고리즘을 짜면서 오히려 일차의료 현장과는 맞지 않는 방식이 많다는 평가가 많다"며 "전반적인 개선이 없다면 연기된 본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참여는 저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본사업 지연에 대한 의료계 주장에 대해 오류가 아닌 고시 시행령 개정에 맞춘 의원급 통합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당초 5월 30일 건정심에서 고시 시행령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심평원은 이에 맞춰 의원급 통합 전산시스템을 문제 없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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