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대교수들은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대교육 중단사태, 전공의 사직사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의대정원 증원 취소로 꼽았다. 또 소아, 분만 등 필수 분야지만 적은 환자 방문 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과를 전문의 중심의 권역외상센터처럼 권역별로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민 역시 필수의료, 지방의료를 살리는 해법은 의사수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의사가 정주할 수 있는 환경 및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의견은 '공공의료가 나아갈 방향과 차세대 의사들에게 드리는 제안'을 주제로 7월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 세미나 2'에서 나왔다.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 채희복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주호 교육부 총리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시간이 없다. 파국을 막으려면 의대 증원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시스템이 다 무너진 뒤에는 복구를 위해 향후 10년 이상 걸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 기다릴 여유가 없다. 증원이 된 채로 2025년도 입시를 치른다면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의과대학 4학년들이 의사 국시를 치르지 않을 것이므로 내년 인턴에 지원할 지원자도 없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 곁을 지켜온 필수의료과 교수들은 체력과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 결과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급속히 무너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의대교육 중단사태와 예견되는 교육 질 저하, 전공의들의 사직사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당장 의대 정원 증원을 취소하는 것이다. 조속히 결단 내려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 필수과 전공의, 의료소송 잦고 수가는 낮고 자부심은 손상…개원의로 돌아서
흉부외과, 외상외과, 응급의학과 등은 환자가 위급한 상황을 맞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휘말리는 확률도 크다. 이 같은 의료소송과 낮은 수가체계 등이 필수과 기피현상을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공의 사직 후 정부와 국민들이 보내는 부정적인 시각이 박봉에도 자부심으로 일해 왔던 시간들에 손상을 주면서 복귀보다는 개원으로 전향하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이에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공의 의존도가 낮은 권역 외상센터처럼 권역 소아센터, 권역 산모센터 등의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충북대학교 외상센터 석준필 교수는 "전공의들이 박봉에도 24시간 대기하며 1명의 환자라도 살리겠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던 시간들이 최근 외면 받으면서 필수과와는 연관성이 없는 개원의로 전향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에 직접 요청해서 받은 최신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전국 외과 흉부외과 선생들 중 외과는 약 40%, 흉부외과는 약 32%가 의원 개원 중이라고 한다. 의원이라는 얘기는 하지정맥류, 유방, 초음파, 성형 등 바이탈하고는 상관없는 분야다. 외과, 흉부외과는 고도로 트레이닝을 받는 고급 인력인 데 다양한 원인으로 점자 개원이 늘어나고 있어,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바이탈, 필수과 의사들을 현장에 붙잡아 둘 동력"이라며 "외상센터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나라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권역 소아센터, 권역 산모센터를 만들어서 소아과, 산부인과 선생들에게 대학병원 교수급 연금 및 임금 등을 보장해주고, 하루에 환자가 한 명이 오더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제언했다.
또 권역 소아센터나 권역 산모센터에서도 중증환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백커버 할 수 있는 3차 병원을 모체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도 의대증원으로 의사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 및 병원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정주할 수 있는 정책적 투자를 기반으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 시민대표로 참석한 정현진씨는 '환자가 바라보는 지역의료의 문제점'을 발제로 "지방의료가 효과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정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선행 투자 없이 의사수만 증가시킨다고 어느 정도는 가서 일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그 의견을 낸 위정자조차 불가능함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현진씨는 지난 5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주최한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모습'이라는 주제의 시민 원고 공모전에서 최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현진씨는 "의사가 지방에 거주하기 위한 환경 및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병원에 투자를 하든지, 의사에게 수가를 조정해주는 등 정책적인 배려, 재정적인 지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인구와 상반된 의사수 증가정책이 의료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현진씨는 "현재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가임여성 1명당 0,7명이다. 2명이 만나서 0.7명이라는 것은 앞으로 한 세대만 지나도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러면 의료재정 자체를 3분의 1 밖에 안 남은 우리 아이들이 책임져야 한다. 의사를 뽑으면 그들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의료재정도 파탄 나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의료개혁이 의료 개악이 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도록 (의사들이) 끝까지 지치지 않고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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