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인간 생애 전주기에 걸쳐 건강을 조언하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약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정상원 스포츠약학회 회장(대한약사회 스포츠약사TF 부팀장)
<사진>은 5일 기자와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스포츠약사'로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를 밝혔다.
기자가 정상원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던 이유는 오는 11일까지 파리에서 진행하는 '제33회 올림픽'을 보다가 스포츠약사가 떠올랐고, 그들의 역할을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예를 들면 '올림픽'에서 스포츠약사가 이뤄낸 '대단한 사건 사례'나, 스포츠약사가 약사직능으로 필요한 '그럴 듯'한 이유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기대하는 이미지와는 다르다"면서 진지하게 털어놓은 스포츠약사의 모습은 올림픽과 같은 곳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특수한 직무가 아니라, 일반인들과 가까운, 대중을 위한 보건의료인으로서의 모습에 가까웠다.
정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약사'의 역할을 구분하면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운동선수 및 생활체육인들의 도핑 예방 전문가, 그리고 평생 건강을 관리하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이다.
◆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도핑 예방 전문가
먼저 스포츠약사는 약물과 스포츠 보충제에 대한 부분을 기민하게 상담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비의도적인 도핑의 가능성을 줄이고, 경기기간 중 부득이하게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 경기기간금지약물을 피하도록 중재해 도핑 예방과 함께 더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로 이 역할에 대한 부분은 대한약사회에서도 가시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대한체육회와 MOU를 추진하고 있는 것.
대한약사회 내 스포츠약사 TF팀의 부팀장이기도 한 정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원하는 부분은 선수들이 약물을 선택하거나, 약물을 복용했을 때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라며 "전문 상담이 가능하도록 스포츠약사 인증제도를 통해 양성한 스포츠약사와 접촉이 가능한 홈페이지를 구축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도 가능하고, 주소를 등록한 스포츠약사들에게 직접 방문해 상담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같은 예방 차원의 형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약사 역할에서 '예방적 차원'이 강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상은 즉시 치료가 필요한 부분으로, 약사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약사가 "여러 선행연구들을 보면 해외 약사들이나 약학계에서도 스포츠약사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지만, 이미 고착화 된 스포츠의학 현장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 "팀내 선수 지원 인력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아직 효용성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성원으로 인정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해외에서 진행되는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에 각국 약사들이 따로 파견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행사 개최국 약사들이 행사 기간 내 운영하는 병원이자 약국인 '폴리클리닉'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평창올림픽'이나 국내에서 열린 국제스포츠 행사에서도 봉사약국 형태로 약사들이 참여한 바 있는 등 스포츠약사 역할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유의미한 진전도 있었다.
정 회장은 "오는 10월 11일 경상남도 김해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서 기존에 진행된 봉사약국 형태가 아니라, 지역 등에서 지원을 받아 약국을 운영한다. 기존 업무와 함께 도핑 등 관련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라면서 "이번 전국체전에서 운영하는 약국은 '스포츠약사'의 역할을 인정 받아 활동을 첫 게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약국에서 활약하는 스포츠약사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건강 위해 평생 해야 하는 운동…평생 건강 조언자
그러나 정상원 회장은 도핑이라는 부분으로만 스포츠약사를 알리는 것을 경계했다. 이는 자칫 스포츠약사에게 굉장히 협소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스포츠약사의 역할 범위를 생활스포츠, 건강한 삶을 위한 운동으로 확장하고, 관련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시즌에는 전 국민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 스포츠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로 인해 근골격계 손상을 비롯한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은 환자가 늘어나며 스포츠 관련 시장이 커진다.
물론, 올림픽 시즌이 아니어도 건강한 삶을 위해, 자기개발을 위해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정 회장은 "스포츠는 건강의 영역에서 '더 건강해지겠다'는 것을 논의하는 영역"이라면서 "건강에서 운동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고, 생애 전주기에 관여하는 만큼, 약사가 스포츠와 건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형태로 전문성을 드러내며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다.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생활스포츠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만성질환자나 노인에게 약과 함께 이를 더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운동 처방도 가능해야 한다고 스포츠약사의 비전을 그렸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지역 보건소와 스포츠약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보건소와 스포츠약사가 협업을 한다면 좀 더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고, 생산적인 활동이 될 것"이라면서 "약국은 1차 예방 기능을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약국을 찾은 환자의 운동 상태를 대략 파악해서 개인에게 적합한 보건소 프로그램 참여, 운동 상담 가능 시설 소개 등을 제안해줄 수 있는 스포츠약사는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질 높은 상담이 가능하다. 보건의료의 중재자이자 평생 건강 조언자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약국이 단순히 약만 조제하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건강을 판매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신념을 밝힌 정 회장은 "약국에서 이뤄진 상담을 통해 건강해지는 경험을 한다면 약국에 대한 신뢰도가 자연히 높아지고, 방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약사의 이미지 쇄신과 함께 마케팅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회장은 "스포츠약사는 과거에서부터 필요성을 느낀 약사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 타이밍이 맞으면서 조금씩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회장을 비롯해 스포츠약학회 소속 약사 및 스포츠약사에 관심이 있는 약사들은 직접 운동을 배우거나 생활스포츠 지도사, 노인 스포츠지도사 연수교육을 듣는 등 솔선수범하며 직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한약사회 역시 스포츠약사 TF 팀을 꾸리고, 자격 인증과정을 통해 1177명의 스포츠약사를 양성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고, 30-40대 층만이 아니라 연령이 더 높은 약사들도 스포츠약사를 위한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힌 정 회장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스포츠약사는 아직 태동하는 시기다. 일시적으로 조명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가진 직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면서 "스포츠약사라는 직능 강화를 통해 약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미를 찾고, 일을 더 즐겁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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