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제약사가 실패해 버리는 약이나 독특한 물질들에서 새로운 화합물을 찾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결과에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2024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의 '오당상' 수상자이자 강연자로 참석한 모토나리 우에스기(Motonari Uesugi) 일본 교토대학 교수
<사진>는 22일 더케이호텔서울 소금홀에서 진행된 전문지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새로운 연구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우에스기 교수는 이날 오당상 수상강연을 통해 '자기조립의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 of self-assembly)'을 주제로 새로운 시도와 연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주요 강연 내용에 따르면, 세포는 막으로 분리되거나 막이 없는 소기관을 포함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기조립' 구조를 활용한다. 여기서 착안해 실험실에서 자기조립을 할 수 있는 저분자를 탐구하고, 그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견한 저분자는 변성 단백질과 자기조립 후 p62 의존성 자가포식을 통해 단백질 제거를 촉진하는 등 기존 약물과 다른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C.elegans의 ER 스트레스를 개선하고 마우스의 수정체 유발 근시 예방 등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저분자의 자기조립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처럼 우에스기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으로 생명체에서 진행되는 생명 현상을 화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생화학(Biochemistry)'과 유사해보이지만, 화학적 물질과 그 변화 등 화학적 방법과 기술을 통해 생체 시스템 활성 및 기전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생화학과는 다소 다른 학문이다.
화학생물학 중에서도 자기조립은 사실 저분자가 몸에 들어오면 화합물들이 스스로 조립돼 구조를 형성하고, 이 구조물이 생체의 다른 생리학적 활성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렇게 자기조립을 하는 저분자 물질을 찾아내면 새로운 특허를 낼 수 있는 신물질이 되기도 하고, 이를 사용해 세포치료제 등과 같은 약으로 활용하거나, 시약 개발과 진단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콘셉트'의 연구로 여겨지고 있다.
우에스기 교수는 "우리는 기초 과학 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라며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초기 연구를 하고 나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창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음 단계를 더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에스기 교수는 새로운 저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힘쓰고 있다고도 전했다. 화합물 라이브러리에서 스크리닝을 하거나, 제약사가 버리는 약을 다시 살피기도 하고, 항암제 개발을 위해 스크리닝을했을 때 생각지도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부터 새로운 연구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과학자들과 함께 협력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약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화합물들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줄 수 있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흔하게 진행되는 연구가 아님에도 우에스기 교수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했다고 연구를 엎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종신연구를 지원해주고, 기다려주는 환경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초 연구와 함께 응용 연구도 잘해야 한다. 이는 꼭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할 수도 있다"면서 "리서치는 연구실에서 하고, 응용 가능성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같이 진행할 수 있다. 한국이 스타트업을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다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외에도 우에스기 교수는 작은 기업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와 같은 기관인 iCeMS에서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싱가포르, 대만, 인도,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을 커버하는 큰 조직을 통해 베트남 등 아직 발전이 더딘 국가에 가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주는 등의 활동을 12년째 진행하고 있어, 교류를 통한 약학의 발전에 많이 기여해 대한약학회가 수여하는 오당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대한약학회의 오당상은 실제 학문의 우수성과 함께 학문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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