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대란 이후 간호법 제정으로 PA(진료지원간호사)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 업무범위 설정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전공의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A로 인한 교육환경 훼손 우려는 법제화 이전부터 있었던 만큼, 전공의 목소리가 크게 다가오는 지금을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할 적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계간의료정책포럼' 기고를 통해 사직전공의로서 PA 법제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의료대란 이후 PA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고, 간호법으로 법제화가 이뤄지기 전에도 진료현장 전공의들은 PA에 대한 양가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사직전공의만 해도 인턴 시절 여러 과에서 수련받으며 PA가 수술방 '갑'이 돼 전공의가 주눅든 광경을 목격하는가 하면, 바쁜 주치의 생활 속 빠진 것을 챙겨주고 일을 덜어주는 PA 도움에 감사를 느끼는 때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공의들이 PA에 대해 좋은 경험을 하는 경우는 ▲피교육자로서 전공의가 필수적으로 교육받아야 할 술기·업무에 대해 과 안팎에 컨센서스가 있을 때 ▲명확한 업무범위와 위임된 업무에 대한 임상정보 공유가 잘될 때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환경에서 PA 법제화가 교육환경을 해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일례로 지난 10월 간호사가 골막 천자 시행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 공개 변론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수련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골수검사를 하면 검체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거나 '사망 사고는 전공의가 골수검사를 하다 발생한 것' 등 발언을 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교수조차 이렇게 말하는 현실에서 전공의들은 PA 법제화가 교육 환경을 해칠 것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한 과 내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고, 교수와 전공의 견해차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대다수 전공의가 수련이 힘들더라도 좋은 교육 환경에서 많은 의술을 배워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교수 개인 편의나 병원 이익 창출을 위해 전공의로서 배워야 할 술기가 교육현장에서 멀어진다면 당사자인 전공의가 먼저 목소리를 내고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먼저 수술 보조나 중환자 기관 삽관 등에 대해선 전공의가 있는 병원은 특수한 상황에선 PA가 해당 술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요양기관 종별 구분과 함께 수련병원 여부에 따라 술기 허용 범위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격무에 시달리며 수술 참여가 교육을 위한 목적이란 것을 인식할 수 없는 병원 상황 개선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두 번째로는 진료보조행위 임상정보공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검사나 판독·협진 의뢰 초안 등에만 작성 후 의사가 최종 승인하는 확인 절차가 있으나, 이를 다른 술기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수술 부위 드레싱을 위임할 경우, PA가 수행 후 특이 사항을 EMR에 기록하고 주치의가 열람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숙련도가 있는 PA와 함께 확인한 뒤 조처하도록 한다.
이 같은 방식은 PA에겐 술기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덜고, 주치의인 전공의는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과 치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모든 술기에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마련한다면 전공의와 PA 모두에게 적당한 책임을 부여할 수 있고 안전한 술기에 대한 환자 우려도 일정 부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사직전공의는 전공의 목소리가 주목받는 지금이 이 같은 방식으로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정부는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자문단을 발족, 위원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의정갈등 속 당장 자문단 참여는 비현실적이나, 어느 시점에는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전공의 외침이 가장 잘 들릴 지금이,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동의를 받아낼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딱딱한 찰흙 같던 전공의 관련 정책이 유연해진 지금"이라며 "잘못된 정책에 맞서 함께 행동하되, 이제는 찰흙을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볼 때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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