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장봄이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특허 공방부터 리베이트 논란까지 각종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알테오젠이 글로벌 빅파마와 특허 분쟁에 휩싸였고, 고려제약은 의료파업 시국에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며 대대적인 수사를 받게 됐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화이자가 제기한 '폐렴구균 백신수출'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이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선 화이자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승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화이자의 특허권 소송은 9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화이자 자회사인 와이어쓰LCC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해 품목허가 받은 폐렴구균 13가 백신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에 대해 다가 폐렴구균 다당류단백질 접합체 조성물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18년 화이자 손을 들어주며 화해 권고를 판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해당 백신을 제조 및 판매하지 않기록 합의했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연구 목적의 기술이전 및 원액을 수출했고, 이에 대해 화이자 측이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결과 지난해 1심에선 화이자가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올해 항소심 특허법원은 원액 수출의 경우 특허침해가 아니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불합리한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소송 남용을 적절히 견제한 판결이라고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밝혔다. 또 국가 경쟁력이 될 기술을 적극 보호할 수 있게 특허심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올해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사와 특허 분쟁에 휩싸였다. 알테오젠은 자체 개발한 피하주사 (SC)제형 변경 기술(ALT-B4)에 대한 특허침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현재는 알테오젠과 '키트루다' SC제형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미국 MSD가 경쟁사 할로자임을 상대로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할로자임은 SC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알테오젠의 유일한 경쟁사이기도 하다. MSD가 내년 키트루다 SC제형 허가를 앞두고 선제적 특허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제네릭 시장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특허 분쟁이 주목 받았다.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에 대한 특허 소송에서는 개발사 LG화학이 승소했다. 앞서 보령, 셀트리온제약, 신풍제약 등 8개 제약사는 LG화학을 상대로 제미글로 용도 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 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특허 기간을 축소해 제네릭 의약품을 조기 출시하기 위함이다.
1심에서는 제네릭 제약사들이 승리했으나, 이달 2심 결과는 판결을 뒤집어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제미글로는 시장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제네릭 제약사들이 상고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케이캡 특허 소송에서도 개발사인 HK이노엔이 승기를 잡았다. HK이노엔은 지난 6월 케이캡정 화합물(물질)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이겼다. 지난해 삼천당제약 등 제네릭 개발사들이 제기한 특허 분쟁이었다. 이에 따라 케이캡의 화합물 특허 기간은 2031년까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케이캡 결정형 특허에 대한 분쟁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 결정형 특허 1심 재판에서는 삼천당제약, 경동제약, 보령바이오파마 등 59개 제네릭 업체들이 승리했다. HK이노엔이 항소를 결정함에 따라 관련 특허 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휴젤과 메디톡스가 이어온 '보툴리눔 톡신' 전쟁 1차전에서는 휴젤이 미소를 지었다.
두 회사는 2022년부터 보툴리늄 톡신 관련 특허 소송을 이어왔다. 메디톡스는 휴젤의 톡신 제제에 대해 톡신균주 절도 및 영업비밀 도용 등을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를 제기했다.
ITC 측은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균주 절취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경우 관세법 제337조를 위반한 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대응 방안을 검토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올해도 업계를 강타했다. 특히 의료파업 사태가 고조되면서 리베이트 조사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수사가 대규모로 진행됐다. 지난 9월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해 300명 이상 관련자들이 입건됐으며, 대부분이 의사였다.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다수 구속됐다.
리베이트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의사가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의료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로 의사 1명과 직원을 기소했다. 고려제약 직원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 14억원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 한미약품이 지난 3월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협의로 제품 판매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고, JW신약은 10월 리베이트가 적발되면서 아일리안점안액 등 56개 품목에 대해 판매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또한 굵직한 재판 결과들이 나오면서 업계에 영향을 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6년간 이어진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사법리스크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오롱티슈진은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성분을 속여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기소된지 약 4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함께 기소된 코오롱 임원들과 코오롱 및 생명과학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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