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일부 백신의 높은 가격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대상포진과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의 접종 비용은 30~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기존 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고, 효과가 뛰어나 의료계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예방 효과가 입증된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해 공공의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 따르면, 한국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는 2회 접종 기준 약 50만원, 한국MSD의 HPV 백신 '가다실9'는 3회 접종 기준 60~75만원이다.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한국MSD가 15가 백신 '박스뉴반스'를 출시했으며, 소아 대상은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다. 비급여 접종 시 비용은 10만원 이상이다. 또한 한국화이자는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20'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60세 이상을 위한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도 조만간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한국GSK의 '아렉스비(Arexvy)', 모더나코리아의 '엠레스비아(mResvia)', 한국화이자의 '아브리스보(Abrysvo)'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접종 비용이 30~40만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백신들은 일반 독감 백신(3~4만원)과 비교해 최대 10배 이상 비싸다.
백신 가격이 높은 이유는 ▲연구·개발(R&D) 비용 ▲임상시험 규모 ▲제약사의 독점적 지위 ▲생산·유통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기술이 적용된 백신의 경우 대체제가 없거나 시장 독점 상태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신 백신들은 높은 예방 효과를 인정받으며 의료계의 신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기 전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새롭게 출시된 대상포진, 폐렴구균, RSV 백신의 예방 효과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가예방접종(NIP) 중 성인 대상은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백신만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 폐렴구균 백신의 NIP 적용 범위를 15가 및 20가 백신까지 확대하고, 대상포진 백신도 포함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폐렴구균, RSV 백신은 예방 효과가 높지만, 가격 부담으로 인해 접종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국가 지원이 확대되면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접종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접종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서울 강서구 A내과 관계자는 "고가 백신은 개인 부담이 클수록 접종률이 낮아지고, 결국 질병 예방 효과가 반감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백신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 보험료 인상 가능성 등 여러 논점이 얽혀 있어 단기적인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고가 백신에 대한 공적 지원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미국은 메디케어를 통해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지원하며, 영국은 12~13세 청소년(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만약 예산 문제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어려운 경우, 대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예로 제약사와 정부 간 백신 가격 협상을 강화하고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 대량 구매하면 개별 의료기관보다 높은 협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백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은 국가 주도로 HPV 백신을 대량 구매해 가격을 낮춘 사례가 있다.
공공 예방접종 기금 조성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과 같이 특정 세금 일부를 예방접종 기금으로 활용하거나, 특정 산업이나 직군에서 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 해당 기업이 예방접종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현재 국내 실손의료보험에서는 예방접종 비용을 보장하지 않지만, 일부 보험사는 HPV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 특정 백신을 보장하는 특약 상품을 출시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실손보험 적용 가능성이 논의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손보험에 예방접종 비용이 포함될 경우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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