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높은 벽"‥aHUS 환자들 울리는 '사전심사제'

2018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솔리리스 사전심사 승인율 단 18%
'솔리리스', 사전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후심사로 전환 요구
심평원, 기준 완화에 미온적인 입장 고수‥"의료진 의견 충분히 반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8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를 비롯한 환자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급여 기준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가약에 대해 사전심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의료 행위나 약제 투여 전 환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한 후 급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사전심사분과위원회에서 요양기관의 신청 건을 개별 사례별로 심사해 급여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aHUS 치료제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솔리리스(에쿨리주맙)'는 2018년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돼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전신 미세혈관병증(TMA) 해당 여부 ▲신장 손상 여부 ▲혈액 샘플 내 ADAMTS-13 활성 10% 이상 ▲대변 STEC(Shiga toxin-producing E.Coli) 검사 음성 판정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aHUS는 발병 후 48시간 내 치료받지 못하면 신장 기능이 손상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국내 사전심사제도는 이러한 질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환자가 치료를 받기까지 최대 14일의 심의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현 사전심사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으며, 국제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aHUS 치료제에 별도의 투약 제한을 두지 않는다. 급여 기준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응급 환자를 심사 후 치료하도록 제한하는 국가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의견을 귀담아 심평원은 대한신장학회 등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자문회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새로운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이처럼 엄격한 기준 아래, 2018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솔리리스의 평균 사전심사 승인율은 단 18%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사전승인이 지연될 경우 aHUS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말기 신부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신장 기능이 악화돼 투석 치료가 불가피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자단체들은 ▲솔리리스를 사전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aHUS 환자 치료제 투여 시 사후심사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솔리리스는 PNH(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에서는 이미 사후심사 대상으로 전환된 상태다. 반면 aHUS의 경우, 심평원이 여전히 기준 완화에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문지 기자단과 만난 심평원 위원회심사실 김민선 실장은 "임상 현장에서 aHUS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사전심사 종료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심평원의 강경한 입장에 환자단체들은 꾸준히 정부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초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포함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청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환자 및 보호자들은 최근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사전심사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복지부에 공식 민원을 접수했다.

연합회 김재학 회장은 "빠른 치료가 절실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사전심사제도는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물이자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솔리리스를 사전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aHUS 환자 치료 시 일반 심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보기

aHUS 환자들, 복지부 앞 피켓 시위‥"사전심사제 개선 촉구"

aHUS 환자들, 복지부 앞 피켓 시위‥"사전심사제 개선 촉구"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하 aHUS) 환자 보호자들이 지난 17일 세종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사전심사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그리고 aHUS 환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담은 민원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aHUS의 치료제인 에쿨리주맙 주사제(제품명: 솔리리스)가 2018년부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받아 건강보험에 등재,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사전심사 제도'를 거쳐야 해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제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균 승인율 18%…aHUS 사전심의제도 개선해야"

"평균 승인율 18%…aHUS 사전심의제도 개선해야"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혈액내과 전문가가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하 aHUS) 치료에 적용 중인 사전심의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악화 속도가 빠른 aHUS 특성상 현재 사전 심의 기준만으론, 치료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10일 울토미리스 aHUS 건보 급여 적용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aHUS 사전 심의 기준은 의학적 판단으로 해서 만든 건 아니"라며 "심의 기준에선 LDH(용혈이 있을 때 혈액 수치) 값이 1.5배 이상 돼야 한다고 나와

고가약 사전심사제 지속 개선…aHUS 사후심사 의견수렴 추진

고가약 사전심사제 지속 개선…aHUS 사후심사 의견수렴 추진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고가약 증가로 사전심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사전심사제도 선순환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단체 등이 요구하고 있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치료제에 대한 사후심사로의 전환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위원회심사실·심사기준실은 3일 진행된 전문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위원회심사실 김민선 실장은 "사전심사제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고가약이 증가함에 따라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날로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