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늘어나는데‥'방문진료·재택의료', 갈 길 먼 제도화

고령화에 늘어나는 만성질환자‥방문진료·재택의료 필요성 커져
각 사업별 담당 부서와 운영 방식 달라, 제도적 정합성 부족하다는 지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9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의료서비스의 한계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고령층과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환자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체계는 병원과 의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적절한 진료를 받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10년 10.8%에서 2022년 17.4%로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질환 유병률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혈압 환자는 2012년 570만 명에서 2022년 760만 명으로 33.3% 늘었으며, 같은 기간 당뇨병 환자는 24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66.1% 증가했다. 관절염 환자 역시 10년 새 600만 명에서 730만 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기관 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들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 사업 현황과 제도화를 위한 제언'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운영 중인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 사업은 목적과 형태가 다양하다. '재택의료 사업', '방문진료수가 사업',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 등이 시행 중이며, 이들은 크게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 지원 ▲일차의료 서비스 제공 ▲임종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사업별로 담당 부서와 운영 방식이 달라, 제도적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이용자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의사가 직접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방문간호까지 포함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본인부담금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방문진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부담이 커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정 질환 중심으로 설계된 재택의료 사업도 의료 사각지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복막투석, 1형 당뇨 등 일부 질환은 원격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외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에 대한 국민적 수요는 아주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민한 정책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현재 운영되는 사업들은 체계적인 조정 없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기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유연하게 활용해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의 정합성을 높이고,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방문진료와 재택의료는 의료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필요한 환자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환자의 필요에 맞춘 맞춤형 재택의료 모델을 개발하고,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용어 정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방문진료', '재택의료', '가정간호', '방문간호' 등 유사한 개념이 혼재돼 있어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방문진료와 왕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재택의료 유형을 세분화해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문진료·재택의료 개념을 정리하고 정책적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제공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메디케어는 거동이 극히 어려운 환자에게만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해 방문진료 대상자 선정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간 역할 조정도 필수적이다. 현재 두 보험제도가 혼재된 형태로 운영되면서 이용자 혼란과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희년 부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의 질환별 재택의료서비스는 한계가 있다. 가정간호는 전문간호사가 제공하도록 허들을 높게 설정해 놓아 일반적인 의원에서 활용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있으며,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의 본인부담금은 높아 필요한 환자가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택의료와 방문진료 서비스가 각 사업 단위로 기획·운영되다 보니 국민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건강보험대로,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보험대로 사업을 각각 운영한다. 의료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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