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웅 의장, 비가역적 의료계 위기 진단‥"변화, 지금 아니면 늦다"

[인터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정기대의원총회 앞두고 필수의료·세대 간 단절·지방 의료 붕괴 진단
"교수는 있어도 제자가 없다…의료,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23 06:00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사진 = 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계의 현실을 바라보는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의 시선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김 의장은 의료계가 '비가역적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변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오는 26~2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지난 1년간 대의원회 운영을 돌아보며 느낀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대의원회는 통상 연 1회 정기총회에서 주요 업무를 처리하지만, 지난해에는 의료계의 위기가 심각해 임시총회를 세 차례나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의료계 현안 가득 담은 정기총회 안건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일차의료 활성화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수의료 대책 ▲대외협력 강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는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료 시스템 전반의 비효율성과 의료 인력의 과부하로 연결 지었다.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급병원으로 몰리는 현실은 단순한 진료 편중을 넘어, 치료 접근성과 의료 자원 배분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 대신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전달체계를 확립하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필수의료 분야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부인과나 흉부외과처럼 필수적이지만 기피되는 진료과에 젊은 의사들이 몰리지 않는 현상은 결국 필수의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김 의장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가 무너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더 이상 이들 분야를 선택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힘들어도 자부심으로 버텨온 외과의사들이 지금은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의 논리만으로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이해하기보다는 단순한 불편함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의사들의 투쟁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불편함만 느끼고 있다. 앞으로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의대생의 준회원 자격 부여 논의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바라봤다. 단순한 자격 부여를 넘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료계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현 의료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라며 "이들이 협회 내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세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체 의료계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회장 불신임(탄핵안)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협상의 가시적 성과가 부족할 경우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탄핵 논의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민주적인 조직이라면 논쟁과 의견 충돌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의협 회장이 정부와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의료계는 늘 위기 상황 속에 있다 보니 탄핵 논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협의체 필요"

김 의장은 조기 대선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의료계가 휘말리지 않으려면 조기 대응을 강조했다. 의료 현안이 정책 의제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실질적 논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 의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 의료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참여하는 실질적이고 영구적인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 강경투쟁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그는 강경투쟁은 단순한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식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투쟁이 중단되면 정부가 사태를 종료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김 의장은 "만약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투쟁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돌아가면 정부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의료환경 개선과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위해 강경 투쟁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정리했다.

지방의료 기반 약화 문제도 공공의대 신설보다는 기존 지방의대의 기능 강화와 지역 유인을 통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의대 수를 늘리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서울의 대형병원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지방은 이미 교수와 전공의 부족으로 위태롭다. 무조건 공공의대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지방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 근무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인터뷰 말미에서 김 의장은 의료계 전체 회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는 몇몇 지도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세계 최고로 유지하고 국민이 언제든 진료받을 수 있도록 모든 회원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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