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기적을 바라며‥SMA 환우들, 또 '손 편지' 써야 했다

SMA 평가도구 큰 제한점‥명확한 이유 없이 심평원 심사 탈락 사례 늘어나
SMA 환자들, 국회의원에게 손 편지로 간절함 호소‥"급여 불승인 사례 재검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31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8년이었다.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들은 유일한 치료제였던 바이오젠의 '스핀라자(뉴시너센)'의 급여를 위해 손 편지를 썼다.

제 11회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었던 2월 말, 총 38명의 SMA 환자와 가족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22명에게 손 편지 427통을 보냈다. 같은 해 4월 말에는 46명의 환우와 가족들이 모여 50통의 편지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발송했다.

이 당시 메디파나뉴스는 해당 내용을 기획 기사로 다룬 바 있다. <관련 기사 = "박능후 장관님, 저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입니다">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편지가 의원들에게 도착하자, 몇몇 의원들은 SMA 환자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의원들은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적용에 힘을 모으자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2017년 1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스핀라자는 2019년 4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2023년 5월. 그런데 이번에도 환자들이 손 편지를 써야 했다. 스핀라자가 급여가 됐어도, 투여 불승인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MA 환자들로 구성된 '공동대응 TF팀'이 꾸려졌다. TF팀은 스핀라자 급여 기준 완화와 탈락자에 대한 재심의를 위해 여러 활동을 전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시에 의하면 스핀라자는 총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 투여 대상이 된다.

1)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2) 만 3세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 발현, 3)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경우(1일 16시간 미만, 연속 21일 미만 인공호흡기를 사용)다.

즉, 상태가 위중한 1형 환자나 증상 발현이 청소년기 이후에 나타나는 3, 4형의 경우 투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4회 투여 후에는 매 투약 전에 운동기능 평가를 해야 한다. 직전 평가시점과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거나, 영구적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한 경우 투여가 중단된다.

그러나 최근 탈락 사례들의 경우 운동 기능 점수가 개선됐음에도 급여가 중단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SMA에서 대근육의 운동만을 평가하는 HINE-2, HFMSE, 단 두 개의 척도만을 사용하고 있다. HINE-2는 24개월 미만 1형 환자의 운동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척도로, 잡기, 고개 가누기, 구르기, 걷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HFMSE의 경우 후기 발병형인 2, 3형 환자의 운동 기능 측정을 위해 고안된 평가 도구로 앉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SMA의 특성상 대근육 발달이 어렵고, 특히 1형은 대부분 와상 환자이기 때문에 대근육을 주로 평가하는 척도 사용에 제한점이 있다.

또한 24개월 이상 1형 환자의 경우 국내에 해당되는 척도가 없다. 그럼에도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고 HFMSE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TF팀은 "SMA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병이 악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점수 상승이 미미한 중증환자도 스핀라자로 호흡, 수면, 배변, 삼킴 등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TF팀은 "이를 평가하는 척도인 HINE, HFMSE 모두 대근육 위주의 기능에 집중돼 있어, 이미 퇴행을 겪은 중증 환자나 성인 환자의 경우 1점 상승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스핀라자에 대한 심의 탈락이 늘어났고 이의 신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TF팀은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약 2주간 국회의원에게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스핀라자 불승인 상황을 직접 손편지로 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목적이다.

환자 본인과 가족을 포함해 이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는 지인들까지 많은 참여가 이어져 총 222통의 편지가 모였다. TF팀은 정춘숙 보건복지 위원장을 비롯한 24명의 위원들에게 6월1일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저는 지난 30년 간 숨 한 번 크게 쉬어 보지 못한 작은 아이들과 제 친구들이 치료제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 때 느낀 일은 사는 일보다 더 우선이 될 가치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치료제가 있음에도 생명을 구하지 못하고 스러져야 한다면, 그것을 봐야 한다면 그것만큼 가슴 아프고 잔인한 일이 또 있을까요." - 30세 환자(투약자) 편지 중
 
"정춘숙 위원장님, 40년 평생 기다려온 치료제를 제발 빼앗지 말아주세요." - 40세 환자(탈락자) 편지 중 

"우리 아이가 스핀라자를 맞으면서 좀 더 오래 제 옆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엄마인 저는 확실히 느끼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수치로 나타내고 영상으로 담을까요." - SMA 환아의 어머니 편지 중

SMA는 신체 모든 근력에 영향을 주는 병이기에 글씨를 쓰기 어렵다. 환자들 대부분은 손글씨를 작성하는 것이 무리임에도 진정성을 위해 몇 시간에 걸쳐 1통의 편지를 완성했다.

TF팀은 "고가의 치료제이다 보니 합의가 필요한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있어 치료 효과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며 "다양한 평가 기준 적용을 통해 보다 넓은 범위의 효과를 인정해 모든 환자들이 치료 받을 권리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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