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결정과 호스피스 제공의 핵심인 임종과정 판단 및 말기환자 진단에 대해 의학회 차원의 지침안이 나왔다.
지난 17일 대한의학회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말기 및 임종과정 판단의 임상적 기준 및 진단지침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20여개 학회와 공동으로 만든 판단 기준안을 발표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자기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임종과정이 판단되면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3일에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말기 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와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내년 8월부터 적용되며, 연명의료 중단은 2018년 2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가 해당 환자를 말기 또는 임종과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의학적, 윤리적 판단이 포함돼 많은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 법·윤리계 및 종교계 11인으로 구성된 호스피스‧연명의료 민관추진단은 각각 호스피스 분과위원회와 연명의료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법률 제정 이후 후속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하여 대한의학회 및 산하학회에서 질환별 말기 및 임종 과정에 대한 임상적 판단요소 및 척도 연구를 실시하도록 해 이번에 발표된 것이 첫 진단지침안이다.
의학회가 발표한 지침안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아도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일상수행능력이 저하돼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못하는 상태 중 한 가지에 해당되면 말기 암 환자로 판단한다.
에이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에 실패해 3개월 이상 치료에도 CD4 세포<25cell/ml이거나 HIV RNA>100,000copies/ml인 경우 ▲임상적으로 중증인 뇌병변장애가 온 경우 ▲에이즈 정의 암 또는 기타 암성질환 말기 ▲말기 심부전, 말기 호흡부전, 말기 간경화, 투석하지 않고 있는 말기 신부전 ▲감염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말기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5가지 중 하나에 속하면서 기능 수준이 Karnofsky Performance Status<50%로 저하되면 말기로 판단한다.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은 ▲숨이 차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어려운 경우 ▲장기간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로 담당 의사 판단으로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 ▲호흡부전으로 장기간 인공호흡기가 필요하거나 폐 이식이 필요하지만 할 수 없는 경우 말기로 본다.
말기 간경변증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을 보이지 않는 ▲간신증후군 ▲간성 뇌성 ▲정맥류 출혈 중 한 가지에 해당하면 된다. 단, 간이식이 가능한 경우는 제외된다.
임종기의 임상판단 기준은 급성 질환환자, 만성 질환환자, 만성중증질환환자, 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 적용 환자의 4가지 임상 상황으로 나눠 판단할 수 있다.
급성 및 만성 질환환자의 경우 수일 내지 수주 내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사망이 예상되는 시점을 말한다.
만성중증질환환자의 경우 담당의사가 더 이상 환자가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환자와 환자가족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논의하는 시점이다.
마지막 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 적용 환자의 경우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기저질환의 회복 소견이 없으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진행되거나 장기이식 대상자 또는 기계적 생명보조장치의 대상자가 되지 않는 경우 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의 지속 또는 중지를 논의하는 시점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개인의 삶을 중단하는 것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만큼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말기'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임종기'를 판단하는 임상 기준의 모호성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다.
연명의료 분과위원회의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공청회에서 논의된 지침안은 대한의학회 내에서도 의견 수렴이 전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대략의 방향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공청회와 연구를 통해 학회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번 지침안을 확정된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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