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없는데 필수약도 없다…아동병원 '삼중고' 호소

아동병원협회 44개 아동병원 조사, 필수의약품 47개 품절
해열제부터 중증 질환 필수약까지…"정부 차원 생산 관리 절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20 15:19

(왼쪽부터) 아동병원협회 이홍준 정책이사, 최용재 부회장, 박소현 새고은 메디컬약국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아동병원이 필수약 품절 사태에 따른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감기 관련 해열제나 진해거담제는 물론 뇌전증이나 암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까지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으나, 제조공급사는 수입·생산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는 상황.

아동병원과 약국가는 정부 차원 수입·생산 관리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를 공개하고 정부 차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동병원협회가 조사한 품절약품 종류 (자료 = 대한아동병원협회)


아동병원협회가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품절 필수의약품은 47가지에 달한다.

품절약품수 종류별로는 항생제가 10가지로 21%, 콧물약이 9가지로 19%, 해열제와 진해거담제가 각각 7가지로 15% 등 비중이 높았다.

반면 소아 중증 질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필수약도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뇌하수체 성선자극검사 시약인 '렐레팍트'다. 선천 기형이나 수술 후 뇌하수체기능저하증 확진이 불가능해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다. 아동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렐레팍트 품절 사태는 1년째 방치되고 있다.

터너증후군 질환 필수 치료제인 '프레미나정'도 품절 상태다. 터너증후군은 평생 에스트로겐이 필요해 약이 없다면 환자 여성성 발달이 되지 않고 골다공증도 막을 수 없다. 특히 프레미나정은 국내 보험급여가 되는 유일한 성분이다.

뇌성마비나 발달지연이 동반된 뇌전증 치료에 필요한 '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과 '파이콤파 현탁액'도 품절을 겪고 있다. 환자가 물약과 알약을 거부하거나 먹지 못하면 대체제형이 없어 먹일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아동병원협회 최용재 부회장은 "희귀질환이거나 병에 걸린 사람이 어린이라 필수약 품절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이냐"며 "소수라서 방치하는 것이라면 잔인한 나라고, 돈이 없어 수입을 못하는 거라면 우리나라가 OECD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만한 나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홍준 정책이사 역시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 전화를 돌린다"면서 "품절시마다 코드변경, 도매상 연락, 길어지는 조제 시간에 대한 보호자 불평 등은 일상이 돼버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해명 뿐"이라며 "품절사태가 장기적인데 정부는 왜 소아청소년 필수약 원활한 공급을 위해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약국가도 현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더했다.

새고은 메디컬약국 박소현 약국장은 "최근 약국가는 품절약과의 전쟁"이라며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 담당자에게 품절약 문의하며 사정하는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박 약국장은 "물론 원료약 수급이 어렵고 약가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처방할 약조차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나"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약품 생산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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