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대법원 초음파 판결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형욱 단국대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변호사)는 20일 공개된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포럼 제21권'에서 지난해 12월 말 이뤄진 대법원 초음파 판결에 주목했다.
박형욱 교수는 "의과학에 기초한 의료에 헌신하고 이를 발전시켜온 의사 입장에서 보면 대법원 초음파 판결은 실로 충격적인 비과학의 상징"이라며 "그러나 언론계, 법조계,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이 판결을 지지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 결국 의사들은 자신의 분야를 매우 깊이 있게 연구해왔지만, 의사 일이 무엇인지, 의과학에 기초한 의료가 무엇인지를 사회와의 소통 속에 국민에게 인식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초음파 판결은 이제 시작이다. 판결 법리가 다른 현대의학적 진단기기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만일 의사 집단이 의과학에 기초한 의료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알리지 못한다면 대법원 판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무책임한 비과학 논리에 대해 의사들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손을 놓아서도 안 된다"며 "그것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의무와 책침에 대한 배반"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초음파 판결이 지극히 잘못돼있음도 언급했다.
박형욱 교수는 "대법원 초음파 판결 문제점은 다양하고 폭넓다. 갖가지 견강부회식 논리로 점철돼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욱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인 피고인이 2년에 걸쳐 68회 초음파 촬영을 하고 오진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세웠다. 새로운 판단기준은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돼있다.
또 진단용 의료기기 특성과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박형욱 교수는 "만일 의료기기나 약이 부작용과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검찰이 입증하지 않으면, 의료기기나 약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매우 황당한 것"이라며 "대법원 초음파 판결은 이런 논리 구조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에서 적용될 수 없는 논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법원은 보조수단 의미를 정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료에서 어떤 진단 방법을 주진단과 더불어 사용하는 보조진단으로 사용한다면, 주진단과 보조진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관계를 살피지 않고 그냥 한의사가 쓰면 보조진단으로 사용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며 "대법원은 그것이 한의학적 진단에 어떤 도움이 된 것인지도 따지지 않았다. 이것은 의과학을 완전히 무시한 법논리"라고 분석했다.
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부분도 온갖 괴이한 비합리적 논리로 가득하다",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행위를 허용하는 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를 거론한 것에는 실소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형욱 교수는 "이 사건에서 한의사는 2년여에 걸쳐 68회나 초음파 촬영을 했으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암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의사가 대법관이나 그 가족에 대해 동일하게 했다면, 대법관은 뭐라고 했을 것인가?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위해는 없었다고 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초음파 판결에서 보이는 대법원의 눈 감고 귀 막은 논리에 놀랄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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