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지난 2023년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은 약물로는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꼽을 수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가 위고비와 간헐적 단식으로 13kg을 감량했고, 가수 킴 카다시안이 3주만에 7.5kg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던 것이다.
이 같은 수요는 같은 GLP-1 계열 약물로 이어져 위고비는 물론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까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GLP-1 제제의 매출 상승으로 일라이 릴리가 글로벌 제약사 중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고, 노보노디스크가 2위로 뒤를 이었다.
◆글루카곤 분비 억제해 혈당 조절…체중감량 효과로 적응증 확대
GLP-1은 'Glucagon 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의 줄임말로, 글루카곤과 유사한 펩타이드 호르몬을 의미한다.
체내에서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면,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지방 분해를 통해 포도당 생성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GLP-1은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위산의 분비량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는 이러한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도록 만든 약물로, 체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만큼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치료제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구체적으로 과거 노보노디스크가 GLP-1 RA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평가한 대규모 임상인 SCALE 연구에 따르면 56주간 삭센다를 투여 받은 환자의 92%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5%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63%에 달했다. 체중 10% 초과 감소 환자의 비율도 33%에 달해 위약 대조군 대비 각 27%, 11%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한 삭센다 투여그룹의 평균 감량 효과는 8.4±7.3kg으로, 위약 대조그룹의 2.8±6.5kg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삭센다가 세계 각국에서 허가됐고, 이를 계기로 GLP-1 RA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2030년 GLP-1 비만치료제 시장 53조 전망…후발주자 도전 확대
삭센다의 등장 이후 GLP-1 RA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삭센다는 글로벌 출시 3년차인 지난 2017년 2억6800만 덴마크크로네(한화 약 47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주요 13개국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40.5%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로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으로, 지난 2022년 삭센다의 글로벌 매출은 약 15억 달러(한화 약 1조9500억 원)에 달했고, 위고비가 8억7300만 달러(한화 약 1조1000억 원), 마운자로가 4억8300만 달러(한화 약 6300억 원)를 기록하는 등 5년만에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GLP-1 RA 계열 비만치료제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TD Cowe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GLP-1 RA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10억 달러(한화 약 5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 2030년 GLP-1 RA 전체 시장 규모는 1020억 달러(한화 약 133조 원)로 전망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속 성장이 당분간 지속되리라 전망되는 만큼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후발주자들은 기존 제품과 비교했을 때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노보노디스크가 1일 1회 투여하는 삭센다를 개선해 1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를 개발한 것처럼 투여 주기를 늘리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 또는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한 패치제 등 주사제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당뇨병과 비만 이외에 심혈관 질환이나 신장, 뇌 질환 등에 적용하려는 시도까지 확대되는 양상으로, 당분간 새로운 GLP-1 RA 계열 약물 개발을 위한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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