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미그룹 경영권 차지한 임종윤·임종훈 사장, 이제부터 시작이다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관건…해외 자본 유입 가능성 차단 보여야
이사 임기 2년 남은 송영숙 회장과 대결 구도…장·단기 성과 위한 전략 필요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4-03-29 06:09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한미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부터 발 빠르고 과감한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8일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 1층 그랜드볼룸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 사내이사로 임종윤 사장 및 임종훈 사장을 비롯해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에서 추천한 5인이 새롭게 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이를 통해 이사회 절반 이상을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가져가게 되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펼쳤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됐지만, 본격적인 경영을 통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54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서부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던 만큼, 이를 해소해야만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특히 주주총회를 앞두고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공격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언한 1조 원 투자 유치와도 연결된다. 임주현 부회장 측에서 상속세 재원 마련이나 1조 원 투자 유치와 관련해 해외 자본의 유입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서로 자신들이 임성기 회장의 유지를 이어 받을 적임자라고 주장해왔는데, 임주현 부회장 측에서는 해외 자본이 유입될 경우 한미그룹의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신약개발 중단이 예상된다며 공격했던 것이다.

따라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분매각 없이 상속세를 해결하는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이를 통해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숙 회장의 이사 임기가 앞으로 2년이 더 남아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의 5명이 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의 이사는 총 9명이 됐다. 이 중 4명은 앞서 경영권을 쥐고 있던 송영숙 회장 측 인물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절반이 넘는 5명으로 이사회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지만, 기존의 4명과 대결구도 속에 회사를 이끌어야만 한다.

특히 송영숙 회장의 이사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까지 남아있어, 향후 2년간은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듯 임종윤 사장은 주주총회 직후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향해 '함께 가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해,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주총회 직전까지 양측의 확보 지분은 2.1%p 가량 차이가 있었지만, 소액주주들의 표가 몰리면서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소액주주들은 소위 '개미'로 불리며 별다른 영향력은 보이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소액주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임종윤 사장은 주주총회 직후 "소액주주라는 단어는 안쓰겠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 주주"라면서 "주주가 이겼기 때문에 앞으로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혀,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주주를 우선으로 경영하게 될 경우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미그룹이 그동안 공들여 왔던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장기적인 행보와는 다소 떨어진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너의 지배력이 약한 일부 바이오 기업의 경우 강성으로 분류되는 주주들의 영향으로 경영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소액주주들이 향후 오히려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지만 향후 회사의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과를 모두 일궈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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