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여당 참패라는 총선 결과가 확인된 직후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파르나스에서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개최된 '2024 KHC'에서는 '의대증원 정책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주제로 한 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 대다수는 정부가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총선에서 민심이 확인된 만큼, 이제라도 의대정원 증원 강행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의인문학교실 명예교수는 "정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재검토하겠다', '전공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해야 한다. 이것은 사실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고, 하루 빨리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첨예한 대치 구조를 풀 수 있는 조건은 딱 하나,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는 변함이 없다. 재논의라는 것도 불가하다. 논의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재논의는 있을 수가 없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2000명이라는 전제조건을 삭제하고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선언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원점 논의 주체는 전공의가 돼야 한다. 다른 사람들끼리 합의를 했다고 해서 전공의가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정부는 먼저 전제조건을 없앤 후에 전공의들이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을 근거로 협의체를 만들면서 구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자해지 요구는 계속됐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묶은 쪽이 풀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는다. 의대생 유급이 이뤄지면 8000명이 내년부터 6년간 전국에서 의대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1~2년 유예 기간을 갖고 그 기간 동안 위원회든 외부용역이든 충분한 방식을 통해 필요한 의사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튼실한 근거를 생산하는 일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전공의와 학생들은 복귀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만일 현 시점에 재검토가 결정되더라도 전공의 복귀 가능성은 회의적인 만큼, 설득시키는 과정까지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중요한 것은 전공의에 의존하고 있는 대형병원 구조다. 대한민국에 불과 10%도 안 되는 전공의들이 손을 놓았다고 해서 세계 100대권에 드는 병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풀겠다고 정책을 냈을 때 이것을 백지화시키고 원점에서 논의토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대정원 이슈가 이번 문제를 촉발시킨 것은 분명하고, 결자해지에도 동의한다. 다만 이번 문제 원인 중엔 수년간 절대 반대만을 주장해온 의사 책임도 있다. 원칙에 입각해서 더 냉철한 자세로 어떤 가치를 지행해야 하는지, 국민과 의사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같은 노력 없이 정부에게 백지 투항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도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제시했다.
권용진 교수는 "전공의 복귀에 중점을 둘 것인지, 의대정원 확대 합의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전공의 복귀가 문제라면 원점 재논의를 결정하거나 수련병원이 전공의 없이 운영될 수 있을 만큼 돈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공급 증가보다 수요 증가가 빠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런 것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고, 의료계에서도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25년간 묵혀진 문제를 놓고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2000만 물러설 것이 아니라 0도 물러서야 한다. 때문에 중간에 어느 지점에서 합의하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번 주가 되도 좋으니, 가급적 빠른 시기에 정부와 의료계가 만나서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절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대정원 증원에 앞서서 이것이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지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 강화 방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함께 고민해나가길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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