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대한약사회가 수가협상을 앞두고 전략 마련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약국수가가 최초로 5조원을 돌파한 점 등으로 미루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사진>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 브리핑룸에서 전문지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수가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수가협상단의 계획을 밝혔다.
박영달 단장은 협상을 위한 논리적인 근거 마련을 위해 자체적으로 환산지수 계약체결을 위한 연구용역(오동일 상명대학교 교수)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가협상 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관련 약국 수가 신설과 일시적 행위료 증가에 의해 표면적으로 약국수가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2022년도 약국수가는 2021년 대비 19.2%에 해당하는 약 8천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도 행위료 4조2980억원과 비교하면, 2022년도 행위료 4조8681억원은 3년간 13%, 연평균 환산 시 4% 증가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 단장은 "코로나19 초기단계에 이미 행위료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했었어야 했으나, 예기치 않은 환경변화와 약국의 특수성이 끝내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가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 지표상으로는 지난해 약국수가가 2022년도 대비 약 10.9% 상승해 의약분업 이후 5조원을 최초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유형별 진료비 증가를 중심으로 하는 현행 수가협상 계약은 행위 증가에 따른 업무량 및 비용 증가 요인이 제대로 인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가협상에서 고려되지 않는 부분으로, 고부가가치 행위료가 다수인 의과 진료비와 달리, 약국은 고부가가치 행위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90일치나 365일치나 일수로는 4배가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조제료는 동일하다는 것.
박 단장은 "91일 이상 조제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고, 전공의 파업에 따라 6개월치부터 최대 1년치에 달하는 장기처방이 증가했다"면서 "올해 3월만 봐도 조제건수는 6.4% 감소, 처방일수는 10.6%가 증가했다"고 어려워진 약국의 상황을 호소했다.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희망이 없지는 않다. 박 단장은 올해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가 4조1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가장 큰 흑자 기록, 누적수지 28조원으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박 단장은 "이번 수가 협상은 경영악화와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건의료인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적기"라며 "재정위기를 언급하며 공급자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그동안 지켜지지 않은 건보법에 규정된 정부지원율(보험료 수입금액 20%)이 제대로 준수되도록 범정부차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단은 약국의 어려움을 입증하기 위해 1000여 개 약국을 대상으로 '2023년도 약국 경영비용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많은 약국에서 인건비와 높은 물가상승에 따른 제반관리비가 대폭 상승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매년 축소되는 행위료 점유율, 약값 결제 신용카드 수수료, 91일 이상 장기처방 증가로 인한 업무량 증가, 빈번한 약가인하로 인한 약가 손실 누중 및 반품처리 업무량 증가, 불용재고 의약품 손실 등 여러 경영악화 요인이 있는 상황이다.
박 단장은 "연구용역 결과와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인상 근거를 제시하고, 적정 수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인상률 달성을 통해 회원약국에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유형별 수가계약 이후 사상 최초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박 단장은 "보험공단을 포함한 정부가 현실적인 밴드 제시를 통해 합리적인 수가책정이 될 수 있도록 상호 신뢰와 존중의 토대 위에 협상에 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배수의 진을 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협상 결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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