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기존 면역항암제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변경·추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형 추가에는 단순 편의성 개선이 아닌 임상적 이점 확보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일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알테오젠의 '키트루다SC' 독점계약 체결, 할로자임의 로열티 연장 및 ASCO에서의 'PALOMA-3(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SC)' 임상 데이터 발표 등의 이벤트가 SC제형 개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SC제형은 정맥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정맥주사(IV)와 달리 복부 또는 허벅지에 주사하기 때문에 투약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투약이 필요한 약물은 약국에서 유통, 자택에서 자가투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편의성'을 가진다.
항암제는 당초 의료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약물로, 주로 바이알 형태로 출시돼 병원에서 투여된다. 그러나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하면 IV제형을 SC제형으로 만들 수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할로자임의 Enhanze 플랫폼과 알테오젠의 ALT-B4 같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IV제형 약물을 SC제형으로 변경, 동일성분의 바이오베터(Bio-better)를 개발 중이다.
IV제형에서 SC제형으로 변경한 약물들은 유럽에서는 대부분 IV약물의 '허가연장'으로 승인되고, 미국에서는 '신약' 허가루트를 통해 승인되는 양상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셀트리온의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유럽에서는 '램시마IV'의 허가연장으로 2020년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신약 '짐펜트라'로 승인된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제형을 변경해 승인을 얻으려면 기존 약물과 유사함을 입증해 '비열등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는 제형 변경 임상 디자인의 표준으로 자리한 약동학(PK) 기반의 브릿지 임상을 통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혈중에 도달하기 전 흡수단계가 필요한 SC제형은 IV제형 대비 최고약물농도가 낮고, 최저약물농도가 높으며, 약물의 목표 혈중농도에 천천히 도달한다. 따라서 IV제형과 유사한 수준으로 혈중에 도달하는 SC 투여용량을 설정해 확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약동/약력(PK/PD) 모델링 역량과 함께, 전임상 실험 결과, 다양한 세팅에서 기승인된 약물의 임상 데이터 등 종합적인 데이터 패키지가 축적되면 제형 변경 개발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머크가 앞서 '키트루다'의 단일 적응증 임상 결과 및 기존 데이터 기반 모델링 분석, 기타 보조 데이터 패키지를 바탕으로 다수의 적응증에 대한 승인을 확보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하반기 종료를 앞둔 '키트루다SC'가 임상 3상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하면, '키트루다'와 같은 기타 적응증 승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단, 적응증 외삽에 대한 기준이 높은 FDA 입장을 고려하면, 임상에서의 효능 및 안전성 결과를 추가로 확인해 반영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과 '리브리반트SC' 병용요법이 SC제형을 통해 투약 편의성 및 효능 개선과 부작용 감소 결과를 확보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C제형 면역항암제는 단일 임상 외삽(Extrapolation)을 통해 다수의 적응증을 확보, 시장 침투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전망이다"라면서도 "다만, 항암제의 특성상 단순 편의성 개선이 아닌 임상적 이점의 확보가 향후 마켓 점유율에서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8월 내 '리브리반트' IV제형 병용요법 승인 후 SC제형의 승인과 이로 인한 마켓 셰어 확대도 전망되는 만큼, 하반기 종료될 알테오젠과 머크의 '키트루다SC' 임상 3상의 비열등성 및 추가 효능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C제형 개발은 대형 블록버스터의 특허만료와 바이오시밀러 출시, IRA 법안의 약가 인하가 야기할 빅파마의 수익성 저하를 둔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업체의 투자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에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다수의 SC제형 변경 약물이 승인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로슈의 '티센트릭SC', BMS의 '옵디보SC'는 각각 9월과 12월 FDA 승인이 예상되며, 알테오젠-머크의 '키트루다SC'는 내년 하반기 상업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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