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에 무너진 의료체계…새 사회계약 필요성 대두

기형적 제도 위 쌓은 의료체계, 표면적 의대증원에 무너져
현 의료체계 보완 방식 불가능, 사회계약 도입 불가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0-15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새로운 의료 사회계약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수하지만 위태롭던 의료체계가 의대정원을 비롯한 정부 정책 강행에 무너지며 새로운 의료 사회계약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14일 저녁 의료윤리연구회 강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부회장은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특수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국가와 의사가 계약을 맺는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근로계약을 맺거나, 개원의로서 보험자인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는 사회계약 없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통해 의사를 수가가 정해진 국민건강보험에 강제로 동원한다. 수가협상과 같은 외피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안을 받지 않아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강제로 결정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의료체계 문제들이 파생돼 왔다는 것이 박 부회장 생각이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수가가 낮아 유지가 어려운 뇌혈관 수술 같은 분야는 비급여와 박리다매로 벌충하며 유지했다. 값싸고 질 좋은 필수의료는 이 같은 교차보조로 지탱됐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든 필수의료 기피 역시 사회계약 부재와 맞닿은 문제로 지목됐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해 대표적인 기피 원인인 법적 리스크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 의료사고 배상액 급증 현상을 진료비 인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가 수가를 정하는 구조에서 강제지정제에 동원돼 필수의료를 떠나는 대응밖에 할 수 없었다고 박 부회장은 지적했다.

이처럼 사회계약 부재 상태에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로 쌓아 올린 의료제도는 위태롭지만 성과는 일반적인 서구권 국가보다 좋았다. 실제 지난해 OECD 보건통계를 보면 한국 기대수명은 83.6년, 영국은 80.4년이다. 10만 명당 암사망률 역시 한국은 160명, 영국은 222명이고, 출생 천 명당 영아 사망률 역시 한국은 2.4명, 영국은 4명이다. 영국에선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위해 200일 이상 기다려야 하나, 한국은 대기시간이 거의 없다.

박 부회장은 불안정하지만 높은 성과를 낼 정도로 성장한 의료체계를 ▲보완하고 상호 타협하며 발전시키는 방향 ▲위태로운 현 의료체계 원인인 사회계약 부재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계약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는 방치한 채 필수의료 기피나 OECD 평균 대비 의사 수 부족 등 표면적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밀어붙였고, 현 의료체계 보완이라는 선택지는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박 부회장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해 즉각적 개선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단계별 접근을 제안했다. 강제지정제를 비롯해 강제 수가, 강제 심사, 강제 환수 등 네 단계 연결고리에 하나씩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수가에 대해선 실질적 계약 형태를 위해 중재 제도를 도입하는 식이다. 협상에 이견이 있을 때 양측 대리인을 통한 제3자 중재 판정 같은 방식을 도입한다면 정부 일방적 결정에서 벗어나 계약의 관점을 복원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의료계가 먼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한 의료체계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정면으로 들여다 보고 대안을 마련해 국민적 관심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의사들도 잘 모르거나 정면으로 들여다 보고 있지 않은데, 자꾸 이런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의료계 관점만이 아니라 상대 관점에서 보편적 언어로 문제점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비영리제도에 영리 정책…의사 부족, 정부 몰이해가 만들었다"

"비영리제도에 영리 정책…의사 부족, 정부 몰이해가 만들었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사 부족은 의료 제도·정책에 대한 정부 몰이해로 생긴 구조적 모순이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의료에 대한 계획도 없어 의사 추계는 불가능하고, 의료계와 정부가 마주앉아도 서로 협상할 도구조차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10일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먼저 우리나라 의료 제도와 정책이 모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건강보험이란 의료보장제도를 실행하고 있어 규범적 접근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나, 미국형 시장주의 의

醫 "당연 지정제 폐지, 비급여 분리해야"…政 "현실적 한계 有"

醫 "당연 지정제 폐지, 비급여 분리해야"…政 "현실적 한계 有"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틀 안에 있는 비급여 부분을 분리해 건강보험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전국민이 가입해 있지만 보장성은 65%를 조금 넘는 상황으로, OECD 평균 76%, 73%대과 비교해 그 차이가 11%에 달한다. 즉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비급여진료 보장성을 위해 실손보험에도 가입하면서 가계 당 의료비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비급여 진료에는 의료적으로 꼭 필요한 영역도 있고, 그 범위가 광범위해서

"의료계 문제 근원은 당연지정제…폐지 목표로 의사들 결집해야"

"의료계 문제 근원은 당연지정제…폐지 목표로 의사들 결집해야"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가 겪는 어려움과 정부와의 마찰 등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부터 야기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계와 정부 관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하는 당연지정제로 인해 전문가로서 동등한 자격을 갖지 못하다 보니 현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 근원인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중장기적 공동 목표의식을 갖고 추진하며 개별 현안을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전 회장은 이 같은 목표와 의미 아래 오는 26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미래의료포럼을 발족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미래의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