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료개혁 파장은 대한의사협회에도 기록에 남을 한해를 만들었다. 의료개혁 시작과 동시에 회장이 사퇴했고, 새로 선출된 회장은 탄핵 당하며 한해에만 두 번의 선거를 치르고 두 개의 비대위를 구성하는 격랑을 겪게 됐다.
◆41대 회장 사퇴, 42대 회장 탄핵…두 번의 선거 치르는 의협
올해 의협에서는 두 명의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 명은 스스로, 한 명은 회원에 의해 임기를 마치게 됐다. 그 중심엔 올해 의료계를 관통한 의대정원 증원이 있었다.
이필수 전 회장은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결정되자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말, 정부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가진지 두 달여 만이었다.
이 전 회장은 이미 이날 오전부터 직을 건 배수진을 쳤다. 이미 2월 1일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엔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를 비롯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된 바 없는 예민한 현안이 다수 포함돼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의대정원 증원안 논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 이 전 회장은 정부가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소통 없이 의대정원 확대 발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총사퇴하고, 동시에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파업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안을 확정 발표했고, 이 전 회장은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의료계 투쟁에 시작을 알렸다. 이 전 회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회원 신뢰와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다. 무겁고 참담한 마음으로 회원 우려와 비판을 수용하고자 한다"며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 모든 권한과 역할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42대 회장 선거는 전례 없는 의정갈등에 66.46%라는 역대 최대 투표율을 기록했다. 임현택 전 회장은 결선에서 65.43% 지지를 받으며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압도적 지지는 채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의정갈등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로 젊은 의사, 산하단체 등과 갈등이 불거지면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 표출을 시작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선을 그었고, 내부 소통 실패로 지역의사회도 등을 돌렸다. 국회 청문회에서 불거진 막말 논란부터 간호법 통과 등 크고 작은 악재가 중첩되면서 압도적 지지는 불신임 여론으로 반전됐다. 지난 9월 의사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임 전 회장 불신임에 8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결국 대의원회는 탄핵을 추진했고, 지난달 열린 임총에서 대의원 76% 찬성으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임 전 회장이 탄핵되며 의협은 내년 1월부터 의료계를 이끌 43대 회장 보궐선거를 치르고 있다. 후보로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등(기호순)이 나와 회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의대 증원 대응에만 두 개의 비대위…해결은 안갯속
두 명의 회장이 사퇴와 불신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공백을 채울 비상대책위원회도 두 차례 꾸려졌다. 다만 구성 시기와 상황이 달라 현안 대응 양상도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 2월 이필수 회장 사퇴로 꾸려진 비대위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이끌었다. 42대 회장 선거와 일정이 겹쳐 출마 의사가 없는 인물이 위원장을 맡고, 각 후보는 분과위원장을 맡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 비대위는 의정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에 출범한 만큼 비교적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약 3개월 동안 정부 브리핑에 대응하는 언론브리핑과 비대위원장-박민수 차관 일대일 토론,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궐기대회 등으로 의료개혁 저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면허정지를 받고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지만, 정부 의지를 꺾는 성과를 내진 못한 채 임현택 집행부에 바톤을 넘겼다.
반면 임현택 전 회장 탄핵으로 꾸려진 비대위는 의료계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내년 1월 출범할 새 집행부에 잡음 없이 바톤을 넘겨주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사태 장기화로 의료계와 정부 입장이 어느 정도 굳어진 상황에서 출범한 비대위 최우선 과제는 의료계 단일대오 형성이었다. 임 전 회장 탄핵 수개월 전부터 젊은 의사와 의협 갈등이 부각되며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여기에 새 집행부 출범까지 50일 정도로 한정된 짧은 임기도 한계로 작용한다.
전공의와 의대생까지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단일대오 형성이란 목표를 이룬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 계엄 사태와 탄핵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며 적극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9일 민주당과 만난 결과 교육부·복지부 장관이 참석하는 공개 토론회를 가능한 빨리 추진키로 했다. 정부 의료개혁이 이대로 관철될 경우 의료·교육 현장에 가져올 파장을 국민 앞에서 따져 본다는 계획이다.
오는 22일엔 의료농단 저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대표자대회에선 직역별로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