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간호법 시행령 발표에…의료현장 우려·이견 고조

간호현장, 안전성 확보되지 않으면 업무 기피 현상 우려도
의료계, 뒤늦은 논의 참여에 내부 시각차도…제도화 회의적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3-28 11:5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간호법 시행령·시행규칙 발표가 내달로 미뤄지면서 의료현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간호현장에선 법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사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것처럼 간호사도 진료지원 업무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뒤늦게 논의에 참여한 의료계는 전공의 교육·수련 기회 박탈이란 우려에 회의적 시각이 앞선 상태로 내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27일 수도권 대학병원 A 간호과장은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간호법 시행령에 대해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간호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하위 법령에 대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와 논의를 복지위 차원에서 진행해 취지에 맞는 하위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가 준비 중인 간호사진료지원업무수행규칙 초안에는 복지부 장관 소속 '진료지원 업무 조정위원회'를 두고 전담간호사 업무범위를 별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별표 이외 업무는 의료기관별 '간호사 업무범위 운영위원회'에서 조정위원회에 신청해 심사하며, 법 시행 이전부터 하던 업무는 1년동안 조건부로 업무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결국 진료지원 전담간호사 업무가 복지부에서 정한 업무 외에도 각 의료기관에서 판단해 승인 요청을 하면 일정 기간 조건을 두고 전담간호사 업무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병원마다 전담간호사 업무 범위를 들쑥날쑥 달리하는 것은 병원 사정에 따라 업무 범위가 달라지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 부여나 보상 수가, 배치기준도 아예 없고 치료행위에 따른 법적 책임과 보호책도 매우 부실하다"고 덧붙였다.

A 간호과장에 따르면 이 의원 지적은 간호현장 우려와 다르지 않다. A 간호과장이 강조한 점은 법적 안전성을 위한 체계 필요성이다.

알려진 업무범위에 담긴 행위를 보면 합병증 등을 비롯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구제를 위해선 자격 기준이 분명하고 뒷받침할 교육이 보장돼야 한다. 알려진대로 업무범위가 병원별로 들쑥날쑥하다면 애초에 성립되기 어렵단 지적이다.

자격 기준 실효성도 우려했다. 전문간호사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300시간 임상실습을 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한다. 반면 진료지원 전담간호사처럼 임상경력 3년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실제 수행할 진료지원 업무 분야에서의 3년 경력이 아닐 수 있는 모호한 기준이란 설명이다.

A 간호과장은 "간호계가 느끼기엔 준비가 부족하다. 이런 내용에 대해 합의도 이뤄지고 시행령에 제대로 들어있어야 현장에서 일할 간호사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필수의료 의사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기피 원인이라고 하지 않나. 간호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정 사태로 복지부가 경황이 없는 건 알겠지만, 간호법이 안전하게 시행되도록 준비돼야 하는데 걱정된다"며 "업무범위나 안전 장치가 충분한지 현장 의견 반영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역시 여러 측면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해 간호법 하위 법령이 만들어질 당시 의정갈등으로 인해 논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 집행부에선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의료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진료지원 업무에 대한 니즈가 있는 회의체에서 어느정도 만들어진 상태인 셈이다.

뒤늦게 부당한 부분을 캐치해 지적하고 있지만 반영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의료계 의견을 모으는 것도 어렵다. 전공의 입장에선 진료지원 간호사가 제도화되면 교육·수련 기회 박탈을 우려하고, 개원의 역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반면 교수 직역에선 기존에도 현장엔 PA가 있었던 만큼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호계 내부 우려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진료지원 업무는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제도화하면서 법적 책임은 모른 척하면 현장 간호사 입장에선 '날벼락'일 뿐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논의에 참여했다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이전 집행부에서 회의에 잘 참여하지 않아 어느정도 만들어진 상태로 바꾸려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직역마다 니즈가 다 다르다. 어떤 결론이 나도 좋은 말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는 필수의료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교육·수련 기회 박탈로 보는데 진료지원 전담간호사가 많아지면 전공의가 그 과에 들어가고 싶겠나. 더 안 들어간다"며 "진료지원 간호사가 활성화되는 과일수록 지원율이 낮아지고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필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역시 우려 의견을 더했다. 업무 영역 법적 경계선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어느 정도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고,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 부회장은 "수많은 의료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간호사가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어느 정도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단독 의료행위를 하는 게 아니니 위임 범위를 정하고 교육 시스템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며 "결국은 수련병원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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