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조규석 삼진제약 대표, 최지현 삼진제약 대표, 김정균 보령 대표, 윤인호 동화약품 대표, 한상철 제일약품 대표,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대표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제약업체 오너 2·3·4세가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과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이 커지는 모양새다. 관련 업체는 비슷하거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오너가 기업을 이끄는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국내 주요 제약기업 상당수는 정기주주총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정기주총은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신규·재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여러 의안을 다뤘다.
다음 주에 나머지 제약기업 정기주총이 열리면, 국내 제약업계 정기주총 시즌이 막을 내린다. 동아에스티, 보령, 대화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회사는 오는 31일에 정기주총을 열고, 연결재무제표 승인 등 의안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국내 제약업체는 이번 정기추종 시즌을 거치며 경영 체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오너 2·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 전문경영인과 공동 경영을 추진하거나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끄는 형태다.
삼진제약은 지난 21일 정기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너 2세 조규석(1971년생) 사장과 최지현(1974년생)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규석·최지현 대표는 삼진제약을 공동 창업한 조의환 회장 장남, 최승주 회장 장녀다. 두 사람은 2023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삼진제약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을 주목하는 이유는 삼진제약이 전문경영인 없는 오너 경영 체제를 구축해서다. 2022년부터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한 최용주 대표가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조규석·최지현 대표가 빈자리를 채운 상황이다.
이는 삼진제약이 그간 보여준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와 다르다. 창업주 최승주·조의환 회장은 2002년부터 이성우 사장과 공동으로 삼진제약을 이끌었으며, 최근엔 장홍순·최용주 사장과 공동 경영한 바 있다.
삼진제약은 조규석·최지현 각자 대표 선임을 연속성이 있는 책임경영 강화라고 설명했다. 대내외적으로 경험을 쌓은 두 사람이 대표이사로서 지속적인 기업 성장과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조규석 대표는 경영관리·기획·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지현 대표는 2009년 삼진제약 입사 후 영업·마케팅 부서에서 역량을 높였으며, 최근엔 영업·마케팅·R&D 총괄을 맡았다.
보령도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참여하는 경영에서 오너 단독 경영 체제로 변화를 꾀한 업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보령은 공시를 통해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장두현 대표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1985년생)가 보령을 이끄는 구조로 변화를 의미한다. 공시에 따르면, 김정균 대표(김승호 보령 명예회장 외손자·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 장남)는 2022년부터 보령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보령은 오너 단독 경영 체제가 처음이다. 지난 20여 년간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과 김은성 보령홀딩스 회장은 전문경영인과 각자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매출액 확대 등 회사 성장을 견인한 바 있다.
김정균 단독 대표 체제는 책임경영을 보여줄 예정이다. 보령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성장 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라며, 김정균 대표가 이룬 성과를 강조했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 시장 확대, 항암제 부문 독립 및 LBA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 성장, 필수 의약품 생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통한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은 김정균 대표 성과로 꼽힌다.
오는 31일 열리는 보령 정기주총은 김정균 대표 재선임 의안을 다룬다. 김정균 대표는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단독 대표 지위를 유지하며, 전문경영인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올라설 전망이다.
동화약품과 제일약품은 앞서 언급한 기업과 다르게 전문경영인·오너 공동 경영 체제를 선택했다. 전문경영인이 단독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오너가 경영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공시에 따르면, 동화약품 이사회는 윤인호(1984년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오너 4세 윤인호 대표는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장남으로 12년간 전략기획실, OTC 총괄 사업부 등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동화약품은 이번 결정을 통해 전문경영인과 오너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같은 날 정기주총에선 3년 임기가 끝난 유준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며, 윤인호·유준하 대표가 공동으로 회사를 이끈다고 밝혔다.
최근 동화약품 개인 최대주주에 오른 윤인호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로서 쌓은 역량과 신뢰, 업계 최고 수준 공정 거래 및 윤리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제일약품은 지난 25일 정기주총을 개최하며, 전문경영인과 오너 공동 경영 체제 출발을 알렸다. 같은 날 이사회에서 한상철(1976년생)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성석제 대표와 한상철 대표가 회사를 경영키로 결정하면서다.
이 회사는 공동 대표 체제로 전문성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너 3세 한상철 대표(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한승수 회장 장남)가 그간 보여준 성과를 근거로, 회사 성장을 기대했다.
2006년 제일약품 입사 후 마케팅·경영기획실 전무 등 직책을 거친 한상철 대표는 신약 연구개발을 비롯해 사업다각화, 신사업 발굴 및 추진에 관여했으며, 제일약품 체질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오너 2세가 대표이사로 복귀한 기업도 있다. 지난 28일 정기주총을 개최한 휴온스글로벌은 같은 날 이사회에서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창업주 고(故) 윤명용 회장 장남)을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윤성태 회장 복귀는 휴온스글로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지 3년 만이다. 2022년 휴온스글로벌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구조로 변경하며, 그룹사 경영 체제 혁신 및 개혁을 총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이번 결정을 통해 송수영 대표 단독 경영에서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체제로 탈바꿈한다.
이런 변화는 윤성태 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경제 위기 극복, 미래 핵심 먹거리 육성, 글로벌 시장 확대,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 확보 등 활동에 집중하며 휴온스그룹 도약을 견인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윤성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휴온스그룹이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글로벌 시장 확대, 연구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 등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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