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발전이 바꾼 '신장질환' 진료 풍경‥1차 의료 핵심化

당뇨·고혈압 치료제, 신장 기능 보호 효과 주목‥"투석 이전 개입이 핵심"
이제는 말기 환자 아닌, 고위험군부터…신장질환 예방 중심 전략 본격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08 11: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만성콩팥병'의 진료 현장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에서 신장질환이 흔히 동반된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 치료제가 신장 기능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자 신장내과 전문의들 역시 '일차의료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 이상 치료제가 단순히 질병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며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치료제의 발전이 의료의 접근 방식과 진료 시점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만성콩팥병은 단백뇨, 혈뇨 등 신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질환이 악화돼 신장 기능이 정상의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혈액투석·복막투석·신장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신대체요법을 받는 환자의 삶의 질은 현저히 저하된다. 혈액투석은 일주일에 3회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복막투석은 매일 자가 투석을 시행해야 하며, 신장이식의 경우 오랜 대기 기간과 면역억제 치료 등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준다.

최근 대한신장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5만명이던 말기 콩팥병 환자는 2022년 13만명으로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말기 콩팥병 발병률 또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장내과 전문의들이 주목하는 것은 '말기 신부전 이후'가 아니라 '말기 이전'의 조기 개입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의 중심에는 치료제의 발전이 있다. 고혈압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RB)와 더불어, 최근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되며 조기 치료의 대표적 약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도입된 '피네레논(제품명 케렌디아)'은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신장질환 환자에서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활성화를 억제해, 신장과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공통적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된 이후보다 진단 초기 단계부터 적극 사용할 때 효과가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치료제 발전과 함께 신장내과 전문의들의 진료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한투석협회 김성남 이사장은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약제를 사용하면 말기 신부전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며 "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넘어 일차의료 단계에서부터 조기에 개입하는 약물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욱 부회장도 "초기에 적절한 약제를 투약하면 신장 기능 악화를 약 15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제는 투석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장질환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투석협회는 일차의료 현장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고위험군 환자의 신대체요법 시행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임헌관 부회장은 "일차의료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제 사용이 이뤄지면 투석이 필요한 시점까지의 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개원가에서도 고위험군 환자의 조기 진료와 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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