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첫 국회 공청회<br>쉬운 낙태 아닌, 신중한 낙태되도록‥"의료계 의견 반영돼야"

정부 개정안, 무조건 낙태 허용 임신 14주 이내‥조건부 낙태 임신 24주까지
산부인과, 14주→10주·24주→22주로‥부동의 낙태·무자격 낙태 처벌 강화 주장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12-09 06:06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의료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헌재 역시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주문한 것이 아닌 만큼, 의료계는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임신 10주 이내의 여성에게만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1주에서 22주 이내 여성에게는 사회·경제적 또는 의학적 사유 등에 의한 조건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살려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실질적으로 낙태를 시행하는 '의사'로서 살 수 있는 아이를 절차와 조건 없이 포기하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8일 제382회 국회 제14차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낙태죄' 형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진행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린 뒤, 1년 8개월 만에 개최됐다.

올해 말까지 낙태죄 개선 입법을 마련하라는 헌재의 주문에 따라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의 여성에게만 낙태를 조건 없이 허용하고, 임신 15주에서 24주 여성은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만 낙태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 놓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는 낙태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의 의견을 담아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을 완전 삭제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권인숙 의원안,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과 임신 10주까지만 무조건 낙태를 허용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시 임신 20까지 낙태를 허용해 정부안보다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국회 안에서도 낙태죄 완전 폐지와 조건부 낙태 허용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속에, 같은 날 국회 앞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청하는 여성계의 4시간 이어말하기 집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공청회에는 정현미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음선필 홍익대학교 법대 교수, 이흥락 변호사, 연취현 변호사 등 법조인들과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최안나 산부인과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 등 의료인들은 물론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혜령 이화여자대학교 호크마교양대학(기독교윤리전공) 교수 등 여성계와 종교학 전문가들도 진술에 참여했다.

특히 의료계는 그간 실제로 낙태를 시행하고, 낙태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당사자로서, 공청회에 참여해 의학적 소견을 담은 법 개정을 촉구했다.
 

먼저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위 사진>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심으로 낙태죄 전면 폐지가 주장되면서, 태아의 생명권을 소홀히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필량 학회 이사장은 "산부인과의사는 모체와 태아 모두의 안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의료적 윤리와 책임이 있다. 이에 의사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 살릴 수 있는 태아는 살리자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하던 임신이었음에도 태아의 성별을 인지한 뒤 출산을 포기하려는 사례, 태아의 장애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출산을 포기하려는 사례 등 현재도 태아의 생명권이 홀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야 하며, 이는 낙태 사유에 대한 허용 임신주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낙태 허용 임신주수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인데, 학회는 살릴 수 있는 태아는 살려서 태아의 생명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의학적 판단에 따라 낙태 허용 임신주수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필량 이사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평균 임신중절 시기가 임신 6.4주이다. 이 시기의 자궁 외 임신 등의 경우 검사를 해도 임신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며 10주를 제안했다.

물론 현재 정부는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이 여성의 낙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필량 이사장에 따르면 임신 10주가 지나면 이미 태아의 장기는 물론 골격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이 이후의 낙태는 여성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11주가 되면 태아의 유전학적 검사가 가능하다. 태아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는 순간 무분별한 낙태가 가능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은 임신 10주 이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허용 시기 역시 정부가 제안한 24주는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24주 이후에 태어난 신생아의 생존율은 약 70~80%로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회는 임신 22주 이내로 사회·경제적 사유 및 의학적 사유 등에 따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되, 충분한 의학적 상담 및 숙려기간을 갖춰 최종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산부인과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위 사진> 역시 그간 낙태를 실제로 시술해왔던 당사자로서 여성에게 모든 선택의 권한을 넘기는 것이 결코 여성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의사가 아닌 가족, 남성 파트너 등 외부의 압박과 강요에 의해 낙태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안나 간사는 여성의 자기낙태죄 조항의 삭제에는 동의하면서도, 부동의 낙태 즉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죄는 오히려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한 경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는 물론,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도 중대한 침해를 한 것이 때문에 부동의 낙태를 금고 5년 이하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무자격자에 대한 처벌 역시 여성의 건강권, 안전권의 측면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간사는 "현재 온라인을 통해 불법 낙태약의 판매와 유통이 굉장히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불완전 유산 등으로 여성 건강권을 상당히 침해할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처벌과 단속이 매우 중요하다. 낙태는 숙련된 의사에게만 허용하도록 해야 하며, 무자격자에 대한 낙태 처벌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산부인과 낙태법특별위원회 역시 학회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임신중절 허용 기간은 10주로, 조건부 임신중절 허용은 22주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대해 최안나 간사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22주 조산아의 경우,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있다. 그런 의사들에게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는 생존 가능한 태아까지 죽이라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 등과 비교해 낙태 허용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는 이미 10주가 넘어가면 아기를 골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태아 검사에 대한 의료 조건성이 굉장히 좋은 점을 지적해 10주에서 22주 이내 임신부의 낙태 선택은 신중한 상담기간과 숙려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간사는 "낙태죄 개정은 여성에게 낙태를 쉽게 하게 하기 위한 방향이 아닌, 여성이 신중한 낙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게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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