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권리 두고 '약사 vs 수의사' 신경전 구도…핵심은?

약사회 "동물약 약국 공급 재개하라" vs 수의사 "법적 문제 없다" 

신동혁 기자 (s**@medi****.com)2023-08-29 11:45


[메디파나뉴스 = 신동혁 기자] 약사회가 동물약의 약국 공급을 거부하는 다국적 제약사를 고발한 가운데, 수의사 업계는 이러한 약사회의 태도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사회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동물약 유통 정책을 약사법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하며 형사고발했다. 회원 약국들에게는 온라인 탄원서 작성 등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자사의 심장사상충예방약 △넥스가드 스펙트라 △하트가드플러스 △브로드라인‧외부기생충약 △프론트라인 플러스 등을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있다.

이 약들은 기존에 상당한 수요가 있었던 품목들인 만큼, 약사회는 회원약국들의 민원을 수렴해 이번에 고발 조치를 단행했다.  

약사회는 베링거의 이 같은 행위가 약사의 조제권에 위해를 끼치고 약국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매출 피해를 입은 약사들의 탄원서를 모아 관할 경찰서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문제는 동물용 심장사상충약을 동물병원으로만 공급하는 것이 약물의 오남용 및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합당한 조치라는 판례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에도 동물약을 두고 똑같은 논란이 불거졌는데, 당시 법원은 제약사들의 유통 정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약사회는 애드보킷의 제조사 바이엘, 하트가드의 제조사 메리알(현 베링거인겔하임), 레볼루션 제조사 조에티스의 동물약 유통 정책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2월 애드보킷 유통사인 벨벳과 레볼루션 제조사인 한국조에티스에 '약국에 심장사상충예방약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벨벳 측이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한 유통채널에만 공급하는 것이 판매 정책이고 그에 따라 수의사가 직접 처방하는 동물병원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시정명령에 불복해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 2심에서 벨벳의 손을 들어주며 "벨벳이 애드보킷 공급을 거절한 대상은 특정 동물약국에 한정되지 않는 모든 동물약국 일반"이라며 이는 특정 사업자를 배제하는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약사법 예외조항'이 있다. 

수의사 업계는 이 예외조항이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약사회가 이보다 더한 권리를 주장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측은 "약국에 수의사의 진료를 마친 동물약 처방전이 접수되지만 공급이 중단돼 약을 판매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순히 명분을 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중단된 동물약들은 사실상 수의사의 진료나 처방전 발행 없이 판매가 가능한 품목들"이라며 "처방전을 언급하며 공급을 부추기는 약사회 주장은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수의사회는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약사법 예외조항(제85조 7항)에 대한 헌법소원 법률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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