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무조건 힘드니까 올려달라고 하진 않겠다. 건강보험 재정 개선 여지가 있다면 수가도 개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던진 세 가지 질문의 배경이다. 의료계 어려움만 호소하기 보단 건강보험 재정 개선 가능성을 지적해 수가 개선 당위성으로 연결하겠단 시각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지난 16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던진 세 가지 질문을 공개했다.
먼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율 현실화를 위한 건보공단 노력을 질문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건보료 예상수입액 20% 내외를 정부가 지원토록 하고 있다. 14%는 정부가, 6%는 건강증진법상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토록 한다. 그러나 실제 정부 지원율은 20%를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엔 10조4992억원, 14.4% 지원에 그쳤다. 2021년에도 13.9%, 2020년 12.1% 수준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지원율 현실화를 위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여야 이견에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해 지원 기한만 5년 연장한 바 있다.
정부가 법으로 정한 지원율을 지킬 경우 7조~8조원 규모 재정이 충당되고, 수가협상에 투입할 수 있는 재정도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성호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20%만 채워도 7조~8조원인데, 법부터 지키고 협상하는 게 순서"라면서 "건보공단은 정부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것을 질의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재정 운영 방식과 노력에 대해 질문했다.
최 단장은 건강보험 재정 잉여금은 28조원 수준이며, 이를 통한 수익은 지난해 6000억원, 2022년엔 3000억원 수준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는 3년 만기 국채 이율인 3.5%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용 실적이란 지적이다.
최 단장은 "국채에 맡기는 방식을 활용해 운용해도 최소한 1조원 이상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방만한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민이 맡긴 것인데 내 돈처럼 운용해 수익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건보공단 운영비 상승률과 수가협상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 단장에 따르면 건보공단 운영비는 인건비를 포함해 연 4% 정도씩 오르고 있다. 최 단장은 상승률이 과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가도 같은 수준으로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를 의료계에 적용하려면, 건보공단 운영비 상승률도 1~2%대로 낮춰 함께 희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운영비 상승률을 1~2%로 낮추면 그것도 수백억은 나온다"며 "국민을 위해 의료계가 희생하라고 한다면 건보공단은 왜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자 입장에선 당연히 질의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회의 때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 답변에 따라 2차 협상과 드롭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의협은 수가협상 참여에 두 가지 선결조건도 내건 바 있다.
첫 번째는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다. 원가 이하 수가체계에서 일부를 동결시켜 필수의료분야에 투입하는 것은 정상화가 아닌 기형적 구조 확산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회의 생중계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보험료와 진료비로 직결되는 수가협상 모든 과정을 생중계해 의혹을 불식시키고 의료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안나 의협 보험이사는 "이번 수가협상은 예전과 다르다. 개악으로 가고 있지만, 정부도 의료를 개혁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며 "이번 수가협상이 고질적 수가 문제를 정상화시키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에서 질문과 요구 사항에 대해 먼저 듣고 진정한 협상을 할 태도가 있는지 보고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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