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재정난 심화,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악순환' 반복

병원 경영난 속, 간호사와 병원 직원들 희생 커
지역 국립대병원 도산하면, 지역 진료 붕괴…수도권 쏠림 가중될 것
의대증원으로 10년 뒤 문제 해결하자고…'병원 도산 위기'로 내몰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7-06 05:56


[메디파나뉴스 김원정 기자] 민간 수련병원은 물론 국가가 재정을 일정부분 뒷받침해주는 국립대병원도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의대 증원 여파로 전공의가 떠나면서 병원 진료는 축소되고, 이로 인해 환자가 줄고, 재정이 감소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형 수련병원들은 병상 축소, 계약직 비연장, 무급휴가 등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본인의 SNS에 국립대병원협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인용해 "국립대병원 의료수익이 3개월 만에 1조2600억원 가량 줄어 올해 5월말 기준 국립대병원 현금보유액은 적정 현금보유액 3999억원의 35.5%인 1420억 원에 불과했다"며 "차입한 운영자금도 빠르면 이번 달, 늦으면 9~11월경 대부분을 소진해 도산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날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장 최창민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메디파나뉴스와 전화에서 "서울, 수도권 소재 대형 병원들의 재정악화가 국립대병원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교수들도 업무량이 늘었지만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의 희생이 크다.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무급휴가를 가라면 가야 한다. 지난해만해도 몇 백 명의 신규 간호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신규 채용이 없다"며 대형 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 아래 인건비를 세이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말했다.

또 "경영난으로 지역 수련병원들이 의료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결국 서울 및 수도권과 지역 병원간 의료격차는 더 벌어지고 수도권 쏠림현상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A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전화에서 "전공의가 있는 모든 병원이 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전공의가 나가면서 환자를 많이 볼 수 없게 되고, 그러면서 적자상태가 누적돼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면서 경영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졌다"며 "정규직은 어쩔 수 없지만 계약직들은 다 해고하고 있다. 병상도 줄이고 있고, 무급휴가 가라고 보내고 있다"며 현재의 경영난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 선지급률 상향조정, 수가인상 등 재정이 투입된다고 해도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근본적 대책이 있지 않은 이상 경영난 속 페업 병원들이 분명히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의대 증원해서 10년 뒤 문제 해결하려고 지금 당장 몇 년을 굉장히 고생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과연 10년 뒤에는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닐 것 같다"며 "이미 약 1조원의 건보재정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얼마나 많은 재정이 투입될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B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지방 국립대 병원의 재정적자 폭은 확실히 커져서 현재로서는 교수들에게 지원하던 연구지원비조차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국가거점국립대학교(지거국)는 도산하게 되면 교육도 문제지만 지역 진료가 엉망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거국 병원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속해있던 교수들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진료뿐만 아니라 교육도 큰 영향을 준다. 당장 1, 2년이야, 의예과 과정이라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3-4년 후부터는 완전히 망하는 것이다"며 "의대증원 프로세스를 멈췄으면 해결될 일을 계속 정부가 질질 끌면서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학생과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이 사태의 원인은 잘못된 정책을 시작했던 것이 첫번째고, 의료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긴 시간동안 이야기 했고, 기회를 줬음에도 정부가 그것을 걷어찬 결과”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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