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레이드 급여기준 개선으로 최신 가이드라인 치료 가능해져"

[인터뷰]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영철 교수 
"레볼레이드 투약 중단하고도 혈소판 수치 유지가 큰 장점"
"6개월 처방 후 중단 조건· ITP 희귀질환 지정 등 숙제 남아있어"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7-17 05:56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영철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은 몸 안의 면역 체계가 혈소판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쉽게 멍이 들거나 피부의 점출혈, 자색반, 코피나 잇몸 출혈, 월경 과다 등이 나타나며, 드물지만 뇌출혈과 같은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은 증상과 징후를 완화해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이 가운데 등장한 치료제가 '레볼레이드(엘트롬보팍올라민)'.
 
레블레이드는 TPO-RA(TPO-Receptor Agonist, 혈소판 작용체 수용제) 치료제로, TPO 수용체를 자극해 혈소판 생성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통해 혈소판 생성 기능을 촉진함으로써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에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와 국제 컨센서스 보고서(International Consensus Report) 등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치료법인 비장절제술보다 레볼레이드와 같은 TPO-RA(TPO-Receptor Agonist, 혈소판 작용체 수용제)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대한혈액학회가 발표한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관리 지침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장절제술보다 레볼레이드와 같은 TPO_RA 치료제를 권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장절제술로 인한 부작용과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 TPO-RA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 환자들의 지속적인 급여기준 확대 요구가 있으면서 지난 6월 1일부터 비장절제술 없이 레볼레이드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이에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영철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치료에서 급여기준 확대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문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암협진센터 부센터장 등을 거쳐 현재는 혈액종양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문영철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국내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환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

- 연간 발생하는 환자 수는 1800명 정도이며, 이 중 실제로 문제가 되는 환자들은 약 1000명이다.

Q. 현재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이 아니어도 간경화나 골수 질환, 심장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들이 혈소판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질환들이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다른 질환이 없는 등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 대게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으로 진단을 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를 시작하는 첫 번째 기준은 증상이다. 출혈 증상이 있다면 혈소판 수에 관계 없이 혈소판 수를 올리는 치료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출혈 증상이 없더라도 혈소판 수치가 3만/µL(마이크로 리터)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아주 보수적으로 보는 가이드라인의 경우 자발 출혈이 발생하는 2만/µL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면 심각한 출혈이 없더라도 치료 시작을 권고하고 있다.

치료의 경우, 다른 이유가 있다면 기존 질환을 치료하거나 빠른 치료가 필요할 경우 수혈로 치료를 하게 된다.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은 수혈을 하더라도 금방 혈소판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심각한 출혈이 있을 때 임시방편으로 시행하고 스테로이드와 같이 자가 면역 항체를 없애는 치료로 항체가 덜 만들어지게 함으로써 혈소판 수치가 스스로 올라오게 하는 것이 첫 치료다.

Q. TPO-RA 제제가 나오기 전화 후의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됐는가?

- 스테로이드의 경우 효과가 좋지만 당뇨나 부신 기능 저하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은 비장절제술이었다. 비장절제술을 하게 되면 약 70%의 환자에서 혈소판 수치가 5만/µL 이상까지 회복되고 이러한 효과가 약 5년 이상 유지된다는 데이터가 있었다.

이후 TPO-RA(Thrombopoietin receptor agonist, 혈소판 수용체 작용제) 제제인 레볼레이드가 허가받았을 때, 굉장히 획기적이었다. 트롬보포이에틴은 혈소판을 자극하는 호르몬인데 이를 주사로 처방했을 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없어 사용이 잦아들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볼레이드는 골수 내에 있는 혈소판을 만드는 거대 핵세포에 영향을 미쳐 혈소판을 만들어내는데, 혈소판이 깨지는 것보다 더 많이 만들어내며 혈소판 수치를 5만/µL 이상으로 유지하는 효과가 나왔다.

비장절제술로 효과가 있는 환자가 70%라고 하지만 이는 침습적 수술이고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제한이 있지만, 레볼레이드는 경구제로 먹는 동안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고 좋은 약제다.

레볼레이드와 같은 TPO-RA 제제가 등장하며 미국혈액학회는 비장절제술과 TPO-RA 제제를 동등하게 보고 비장절제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 이러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2017년 혈액질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레볼레이드와 같은 TPO-RA제제가 비장절제술과 적어도 동등하며 비장절제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고했고, 이후 급여 등재까지 이뤄졌다.

이때부터 비장절제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됐으며, 실제로 사용했을 때, 혈소판 수치가 5만/µL 이상으로 오르지 않은 환자는 없었다. 환자들은 혈소판 수치가 올라감으로써 실제로 출혈 위험에서 해방되고, 다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는 변화가 생겼다.

Q. EXTEND 3상 임상 데이터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는가. 

- 임상 데이터에선 환자의 80% 이상에서 혈소판 수치가 5만/µL 이상으로 올라가며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출혈 위험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 대조군에서는 출혈 위험이 약 50% 정도였으나 레볼레이드는 15% 내외로 나타나며 출혈 위험을 1/3로 감소시켰다. 이는 뇌출혈과 같은 심각한 출혈뿐만 아니라 사소한 출혈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일주일 이내에 혈소판 수치가 5만/µL 이상으로 올라가고 대부분 비장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급여 기준상 중간에 약을 끊어야 하지만 쓰는 동안 다 회복이 된 것이다.

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개념상 약을 쓰는 동안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고 중단하면 다시 떨어지는데, 레볼레이드를 썼던 환자 중 일부는 투약을 중단하고도 혈소판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됐다. 비유하자면 공장에 돈을 주지 않아도 물건(혈소판)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서도 15~20%정도는 투약을 중단해도 혈소판이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에서 장기간 혈소판 수치가 유지되는 환자 비율이 약 20% 내외였는데 이와 비슷한 것이다. 비장절제술만큼 장기간의 데이터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환자들은 수술을 많이 꺼리는데,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데이터를 보여준 것이다
Q. 환자 입장에선 TPO-RA 제제가 나오면서 심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더구나 최근 레볼레이드 급여 기준(비장절제술 없이 급여 처방) 조건도 일부 완화됐던데.   

- 비장절제술을 우선시 했던 것은 예전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만들어진 급여 기준인데, 레볼레이드와 같은 TPO-RA 제제의 사용 경험이 축적되며 이 약의 장점들이 부각됐다.

우선은 효과가 좋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장절제술의 부작용이다. 기존에는 스테로이드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서 비장절제술을 시행하면 계속 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수술만 한다면 평생 질환에서 해방되는 환자들이 30~40%는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데이터를 보니 실제 질환에서 해방되는 환자들은 20%로 시간이 지나며 기대했던 효과들이 미미했다. 또한 큰 면역기관인 비장을 절제하며 환자들이 평생 감염에 취약해지며 패혈증 발생 위험들이 높아지고 고령의 환자에서 수술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비장은 낡은 혈소판을 깨트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비장을 절제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혈소판이 정상보다 높아지며 혈전 발생의 위험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비장절제술은 가능한 뒤로 미루고 효과가 좋은 약을 먼저 쓰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됐다. 전세계적으로 비장절제술을 먼저 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전 가이드라인에 맞춰 급여 기준이 설정됐기 때문에 변화된 가이드라인에 맞춰 바꾸자는 노력이 이어졌다. 환자들도 민원을 넣는 등 많은 노력을 했으며, 제약사들도 정부의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약가를 자진 인하했고, 결국 올해 6월 1일 급여 기준에서 비장절제술 조건이 삭제됐다.

다만 아직 두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한 가지는 국내 환자들은 레볼레이드를 6개월만 쓰고 일단 중단을 해야 한다. 약을 계속 써야 하는 게 맞지만 연구에서 6개월 처방 후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6개월 처방 후 중단하고 이후 다시 처방해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처방하는 약이 아니고 국내에만 있는 기준이라 이를 없애는 것이 남아있는 과제 중 한가지다. 비장절제술 기준 삭제와 함께 논의가 됐으나 이는 나중에 약가가 인하되거나 재정이 안정화됐을 때 재논의하기로 했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비용부담이다.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은 희귀난치성 질환은 아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국내 환자수가 2만명 이하여야 하는데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정되어야 본인 부담이 10%까지 낮아지는데 이렇게 되어야 환자들이 좀 더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 현재 TPO-RA 제제들이 레볼레이드 외에도 있고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인 치료제들도 있다. 이처럼 많은 신약들이 나오기 때문에 결국은 비장절제술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스테로이드를 계속 드시던 환자분들이 이제는 비용문제도 해결됐고 레볼레이드가 실패하더라도 쓸 수 있는 다른 약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으로 인해 공포에 휘말리지 말고 편안한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다.

 

관련기사보기

레볼레이드, 면역성혈소판감소증 환자 급여기준 확대

레볼레이드, 면역성혈소판감소증 환자 급여기준 확대

한국노바티스(대표이사 사장 유병재)는 자사 면역성혈소판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엘트롬보팍 올라민)가 비장절제술 없이 급여 처방이 가능하도록 2024년 6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레볼레이드는 이번 급여 확대로 면역성혈소판감소증 환자들에서 비장절제술 없이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레볼레이드의 급여 인정 투여대상이 기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면역 글로불린에 불응인 비장절제 환자/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에 불응인 비장절제술이 의학적 금기인 환자'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면역 글로불린에 불응인 환자

복잡해지는 '레볼레이드' 특허분쟁, 2라운드 진입

복잡해지는 '레볼레이드' 특허분쟁, 2라운드 진입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노바티스의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성분명 엘트롬보팍올라민)'의 특허분쟁이 두 번째 라운드로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최근 SK플라즈마를 상대로 레볼레이드의 특허 3건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항소했다. SK플라즈마는 지난해 7월 레볼레이드의 특허 3건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2월 22일과 29일, 올해 1월 31일자로 각각 인용 심결을 내렸다. 이에 노바티스가 항소를 결정, 특허법원에서 다시 한 번 공방을 펼치게 된 것이다.

'레볼레이드' 제네릭 도전 제약사, 특허 심판 첫 관문 넘었다

'레볼레이드' 제네릭 도전 제약사, 특허 심판 첫 관문 넘었다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노바티스의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치료제 '레볼레이드(성분명 엘트롬보팍올라민)'의 제네릭 도전 제약사가 한 걸음 전진하는데 성공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22일 SK플라즈마가 레볼레이드의 '신규 제약 조성물' 특허(2027년 8월 1일 만료)에 대해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인용 심결을 내렸다. 현재 레볼레이드에 적용되는 특허는 이번에 SK플라즈마가 회피한 특허를 포함해 이름과 만료일이 같은 특허 총 세 건이 적용된다. SK플라즈마는 세 건의 특허 중 처음으로 한 건을 회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