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국에서 병원약사를 하게 된 것은 계속해서 임상 업무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약사의 전문성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껴 전문약사에도 도전했다. 주변의 많은 배려에 힘입어 노력한 끝에 한국에서 민간 전문약사, 국가공인 전문약사가 될 수 있었다."
히라타 스미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수석약사(메이지약과대학)
<사진>는 현재 국내에서 국가공인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유일한 일본인이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한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의 병원에서 병원약사로 근속하며 임상약사로서 환자의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병원약사회 국제교류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일 병원약사 사회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히라타 수석약사는 정년을 약 1년 앞두고, 11일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회의실에서 전문지 기자단과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전문약사에 도전한 이유, 한국과 일본의 전문약사 제도에 대한 차이, 그리고 한국병원약사회 국제교류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의 (심혈관, 감염, 노인 분야) 전문약사가 되다
"약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임상 업무를 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에서 개국약사로 잠깐 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력은 병원약사였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병원에 지원했다. 한국 병원약사로 적응하는 것은 언어적 어려움이 있는 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많은 주변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2007년 현재의 병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히라타 수석약사가 취득한 전문약사 자격은 총 4개다. 민간자격으로는 2014년에 심혈관, 2016년에 감염, 2021년에 노인 분야에 대한 자격을 얻었고, 지난해 첫 실시된 국가공인 전문약사 시험에서는 심혈관 분야를 선택, 당당히 자격을 따냈다.
계속해서 전문약사에 도전한 이유는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임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병원에서 임상을 담당하는 약사들은 TDM(Therapeutic drug monitoring) 수치를 보고 약물을 조절한다. 히라타 수석약사는 약물의 수치만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환자에 적합한 약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 임상 업무 지식이 필요한데, 이때 전문약사의 역량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병원약사가 임상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담당 의사 또는 다학제팀과 함께 병동 환자 회진을 함께 한다. 이때 확인한 환자의 상태와 TDM 수치를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약물을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많은 양의 병원약사 업무를 소화하면서 전문약사 공부에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모두 같은 상황"이라며 미소 지은 그는 "병원 약제부 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 필요한 교육을 받고 완료하면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등 체계가 갖춰져 있다. 내 노력만 더해지면 전문약사를 취득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학구열을 내비쳤다.
◆ 한국과 일본의 전문약사 제도 및 병원약사 환경의 차이는
히라타 스미코 수석약사는 한국에서 전문약사를 취득한 후 느낀 일본과의 차이와 한국에서 전문약사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히라타 수석약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전문약사 제도가 한국과는 다른 점은 단계가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먼저 '인정약사'를 거친 뒤 '전문약사'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석사, 박사급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다만, 한국처럼 인증기관이 국가공인으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각 학회나 단체 등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약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전문약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약사의 임상 활동으로 치료 효과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을 받으면 병원 차원에서 지원도 많이 이뤄질 수 있고, 약사의 인원 수도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약사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약사의 임상업무 활동에 수가가 부여된다. 한국도 전문약사의 활동에 대한 수가나 인센티브가 지원이 된다면 좋겠다"면서 "한국은 약사의 임상 업무 수가가 아직 특정 분야에만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전문분야 각각에 대한 수가와 늘어나고 있는 다학제 팀 활동에 대한 수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약사 제도 외에도 병원약사 차원으로 본 한국과 일본의 차이도 있다.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중소병원의 경우는 다르다.
히라타 수석약사는 "일본의 경우는 아무리 작은 병원이라도 자동화 기계 정도는 다 배치가 돼 있다. 한국의 병원은 대형병원은 기계화 및 로봇 도입이 돼 있지만 작은 병원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은 약국 업무를 기계화함으로써 약사들이 임상 업무에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병원약사-일본병원약사 교류에 기여
한국병원약사회는 지난 2015년 11월 일본병원약제사회 사무처를 방문해 일본병원약제사회와 교류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에는 한국병원약사회 명예회원인 일본 다카오 오리(Takao Orii) 박사와 약사일보 기자 2명이 방한해 김정태 한국병원약사회장 인터뷰 진행 및 한국 병원 약제부 방문 등 일정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일본의료약학회 방문 및 참관 등 한-일 병원약사들의 교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히라타 스미코 수석약사다.
2009년부터 한국병원약사회 국제교류위원으로 활동한 히라타 수석약사는 "한국과 일본 병원약사들이 교류 할 수 있도록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면서 "한국병원약사회가 자율성을 가지고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항상 감사하다. 일본에서는 오리 박사님을 통해 원활하게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이 국가공인으로 전문약사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에서 최초로 국가공인 전문약사를 시작한 만큼, 어떤 과정을 통해 국가에서 인정하게 된 것인지 알고 싶어 먼저 요청이 왔다. 일본도 현재 여러 개인 전문약사 인증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더욱 활발해질 한-일 교류 상황을 전했다.
병원약사로서의 정년을 앞두고 있는 히라타 수석약사는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병원에 도움이 되는 전문약사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앞으로 정년이 1년 정도 남은 만큼 후배들을 잘 양성하고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정년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개국은 사실 어려울 것 같다. 할 수 있다면 다른 병원에서라도 병원약사로 일하고 싶다"며 "또한 한국과 일본의 약사 교류에도 계속해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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