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추석연휴 보단 초응급 환자 증가하는 겨울 '위기' 

겨울철, 심근경색·뇌졸중 급증‥"대비책 급선무"

최봉선 기자 (cbs@medipana.com)2024-09-14 05:56

정부가 전공의 없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을 대비해 올해 설 대비 응급의료 운영체계 등을 두 배로 확대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명절 연휴보다 초응급 환자가 급증하는 겨울에 대한 대비책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2일 추석 연휴(14∼18일) 의료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약 8000개 병·의원이 문을 열고, 전국 150여개 분만병원을 운영한다. 이는 올해 설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그러나 의료계 현장에서는 정부가 대응해야 할 기간은 추석 연휴가 아닌 초응급 환자 발생률이 증가하는 겨울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연휴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초응급 환자보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초응급 환자 발생률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이영재 익산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이와 관련 "추석연휴에는 응급실에서 대응이 가능한, 즉 타과 협진이 필요하지 않은 경·중증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라며 "현재 의료 사태는 추석 연휴보다 겨울철 급증하는 심뇌혈관질환 등의 초응급 환자를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겨울에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망률이 증가하는 주요 질환이 있다.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뇌졸중·뇌출혈·뇌경색) ▲호흡기질환(폐렴·급성호흡곤란증후군·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플루엔자) ▲낙상사고(고관절 골절·골반 골절) 등이다. 

심뇌혈관질환은 겨울철에 사망률이 높아진다. 심근경색 사망이 10%, 뇌졸중 사망이 20% 증가하면서다. 심뇌혈관질환은 주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담배·비만 등이 원인이 되는데,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유병률이 올라간다. 

겨울에는 호흡기질환이 증가한다. 차가운 온도와 습도가 폐나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 등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코와 기관지 점막의 방어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어 낙상사고 등에 의한 골절도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령의 경우 골다공증으로 인해 쉽게 골절상을 입는다. 이 경우 허리나 엉덩이 관절 부위 뼈가 부러지면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환자들은 응급실에 도착한 이후 신경과·호흡기내과·정형외과 등의 협진(최종치료)이 곧바로 필요한 초응급 환자들이다"며 "이를 통해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병원에서는 최종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명절 연휴기간 한시적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의 수가를 3.5배로 인상하고,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진찰료·조제료 수가도 공휴일 가산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센터장은 추석 수가 가산 응급실 운영에 대해서도 "수가가 한시적으로 높아진다고 대책이 될 수 없다. 그 돈 받으려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것은 돈 낭비와 다름없다. 의료 현장을 지키면서 정부의 '탁상공론'에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센터장이 이처럼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지켜본 '회피 가능 사망률' 때문이다. 회피 가능 사망률이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는 환자를 뜻한다. 이 센터장은 의료대란 이후 '회피 가능 사망률'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고 싶어도 최종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부재해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라며 "결국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가 되고,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사망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겨울은 더욱 참혹한 의료 현장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의료센터는 그래도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 버틸 수 있지만, 권역의 경우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권역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현재의 의료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 의료시스템이 버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젊은 사람들도 심장마비로 떠나가고 있고, 이런 환자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지금 정부는 명절에만 초점을 두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 이후에 곧바로 찾아올 겨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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