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시스템과 뇌가 소통한다…자폐 증상 완화 연구 'ing'

[인터뷰] 허준렬 美 하버드대 의대 교수 
기존 병원균 방어 역할만 이해했던 면역 시스템
이제는 대사질환부터 암, 뇌에도 영향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면역 시스템과 뇌의 소통 방법에 대한 연구 지속 중
한국 연구 환경 몰입을 위해 교수들의 수업 부담 줄일 필요 있어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0-23 18:38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자폐, 치매, 우울증 등 증상 개선이 쉽지 않은 뇌질환을 신경면역학적 접근해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24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학대학 교수<사진>는 22일 전문지기자단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이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이토카인 인터루킨-17의 조절(Regulation of interleukin-17, a cytokine with diverse functions)'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마친 후 인터뷰에 임한 허준렬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면역세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기존에는 면역 시스템이 우리 몸을 어떤 병원균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정도로만 이해를 했었지만, 이제는 우리 몸의 항상성 기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사질환부터 암 분야 등으로 면역 시스템의 연구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백신이 없을 때 전 지구적으로 셧다운을 해서 감염을 방지했던 사회적 상황을 예로 들며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면역 시스템이 인간의 뇌를 고립시켜 파손되지 않도록 막아 일상의 에너지를 떨어뜨려 휴식을 취하게 만들고, 증상이 완화되면 다시 뇌를 활성화시켜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한다"고 새롭게 밝혀진 면역 시스템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와 면역 시스템이 양방향 소통을 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면역 시스템이 뇌에 일으키는 강력한 메카니즘을 찾아낸다면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을 만들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다"며 면역 시스템과 뇌의 소통에 대한 기전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경생물학자인 MIT대의 글로리아 최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중 면역세포가 자폐 증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임상 모델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폐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자폐 모델을 시작해서 신경면역학을 계속 연구하다보니 다른 뇌질환과 관련된, 우울증이나 치매에도 면역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면역 시스템과 뇌질환 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더 잘해내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도 개발하고 있고, 특히 뇌와 면역세포 사이에서 어떤 인터렉션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브레인 맵핑(Brain Mapping)'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뇌에 면역 시스템과 작용하는 수용체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맵핑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적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브레인 맵핑이 완성되면 자폐뿐만 아니라 다른 뇌질환 분야로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허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재까지 FDA에 승인된 약물이 없다"면서 "미국 보스턴 기업과 협력을 통해 자폐의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협력 중이다. 자폐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미국에서 오랜 시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허준렬 교수에게 외부에서 한국의 약학 연구 풍토를 볼 때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허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수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 교수는 "많은 과학적 발전은 대학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다. 교수가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지만, 미국의 경우는 교육의 개념을 굉장히 넓게 본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학부생을 몇 명에게 강의를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것, 대학원생들을 트레이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인정해주고 있다"면서 "좋은 연구 성과를 자랑하는 교수들이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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