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국내 고혈압 관리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20·30대 청년층 고혈압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안 받거나 꾸준히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또 고혈압 진입 전 예방하는 부분도 풀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역학연구회장 김현창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과)는 9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학회 창립 30주년 및 제61회 추계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고혈압 팩트시트 2024(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4)'를 인용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학회는 2018년부터 매년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30% 정도인 약 1300만명이 고혈압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에서 실제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1150만명, 약을 먹는 사람은 약 1090만명으로 집계됐다. 약을 꾸준히 계속 처방 받아 가는 사람은 81만명 정도다. 인지율은 77.2%, 치료율은 74.1%, 조절률은 58.6%로 나타났다.
김현창 교수는 "지난 20~30년 동안 고혈압의 유병률은 변하지 않았다.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고혈압인 사람의 숫자는 거의 비슷한데 팩트시트를 보면, 평균 혈압이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고혈압인 사람들이 치료를 잘해서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혈압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고혈압 환자를 잘 치료 관리하고 있지만 1차적인 예방을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유병률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분은 젊은 고혈압 환자들이다. 비교적 고령자들, 중년 이상인 사람들은 치료를 잘 받고 있는 반면,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전체 고혈압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체 고혈압 환자 약 1300만명 중 20~30대가 890만명, 40대가 약 160만명 정도다. 그런데 고혈압 전 단계로 가면 젊은 사람이 꽤 많고, 그보다 전 단계, 즉 정상을 살짝 넘어가는 주의 혈압 단계도 꽤 많다. 이러한 사람들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면 전 단계를 거쳐서 고혈압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예방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의 인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젊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중요성과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창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치료를 안 받고 있다. 이 부분이 해결해야 될 과제다. 예를 들면 고혈압 인지율이 과거에는 물론 고령자들이 더 좋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빴다. 하지만 현재를 보면, 고령자들은 90%까지 매우 좋아졌다. 이에 반해 20~30대는 여전히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다행스러운 점은 학회에서 4년 전인 2020년에 20~30대 고혈압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표했었는데 그 시기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한 점을 데이터를 통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은 인지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젊은 환자들이 고혈압에 대해 알게 하고, 치료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또 젊은 고혈압 환자 중에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료자 중에 조절률, 즉 약을 이미 먹기 시작한 사람 중에 조절이 잘 되는 비중을 보면, 20~30대가 중년, 노년과 같거나 오히려 좋다"며 "그래서 약만 지속적으로 먹기 시작하면 조절이 잘 될 것"이라며 "젊어도 고혈압이면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 WHO도 인정한 고혈압 관리 선도국가
이와 함께 이날 대한고혈압학회는 올해 팩트시트 발표 전 지난해 말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한 '세계고혈압보고서(Global Report on Hypertension)'에서 한국이 캐나다와 함께 세계에서 고혈압 관리 성과의 모범사례로 소개된 점을 전했다.
김현창 교수는 해외에서도 인정할 만큼 한국의 고혈압 관리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잘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전 국민 국가건강검진과 접근이 용이하고 우수한 의료를 꼽았다.
김 교수 "건강검진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진단율이 높아지고, 진단받은 후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부담 없이 제공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복용하는 약도 과거에는 한 가지 약만 먹는 사람이 많았다면, 지금은 단독 요법을 쓰는 사람이 40%, 나머지 60%는 2제, 또는 3제 요법을 쓰면서 고혈압이 보다 잘 치료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고혈압학회가 30년 동안 학회 자체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과 많은 홍보 프로그램, 고혈압 예방 관리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것도 고혈압 관리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고 자평했다.
학회는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혈압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교수는 "WHO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고혈압 환자 중 약 3분의 2가 중간소득, 저소득 국가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고소득 국가들은 고혈압 환자가 많지만 관리를 잘 해서 지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 반면, 중간 및 저소득 국가들은 나빠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대표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남아지역에서 대한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에서 해왔던 일들을 그들에게도 많이 소개하고 고혈압 관련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검진할 때 한국 의료진의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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