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제41대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 '통합약사'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과거 의료일원화 차원에서 추진됐었던 '통합약사'는 논의가 중단된 상태지만, 한 후보의 언급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에 약사사회에서 바라보는 '통합약사'에 대한 의견들을 들어보았다.
3040 청년 약사들의 경우는 '통합약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크다. 가장 큰 이유는 통합약사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약대증원'에 대한 우려다.
청년 약사 A씨는 "통합 자체가 증원과 연결되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전공의 파업에서 볼 수 있듯 젊은 약사들은 의사보다 더 증원에 따른 경쟁을 민감하게 생각한다"면서 "증원이 되면 처방전 파이를 놓고 경쟁해야 하고, 한약사들의 그동안의 행동을 볼 때 환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조제료 할인까지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약사 B씨 또한 "아무래도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약사 면허자 증가로 인한 경쟁심화다"라며 "현재 배출된 한약사 3000여 명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과하든 약사 인력 증가로 이어진다면, 그만큼 취업이나 개국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입학 점수 차이, 교육과정 차이 등을 이야기하지만, 본질은 통합으로 인한 약사 면허자 수 증가로 인한 면허가치 하락, 경쟁심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랜시간 동안 한약사들과의 갈등이 이어져 온데다, 최근 한약사들의 약국 개국으로 인한 갈등이 더욱 격화하면서 한약사들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도 통합약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A씨는 "한약사들이 정말 한약이라는 분야의 파이를 많이 키우고, 탐나는 시장으로 만들었다면 모를까, 본인들 조차 한약을 취급하지 않고 있지 않나"라며 "생존이 목적이라지만 일반의약품 판매를 넘어 전문의약품 처방을 취급하는 불법적 행위는 물론, 영업을 위한 난매 등과 같이 비윤리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점은 반감이 계속 커지는 이유다. 지금도 이러는데 약사 자격까지 주면 어떤 짓을 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성세대 약사들은 통합에 호의적인 상황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한약의 전문성을 살린 한약사들의 좋은 선례가 꽤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라며 "지금도 한약사들이 약국이 아닌 한약이라는 전문성을 강화한 한약국을 통해 소득이 상승하는 사례 등이 뉴스 등을 통해 많이 공개되고 했다면 분위기는 달랐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B씨 역시 "한약사와 통합했을 때 약사들이 추가되는 직능이 있어야 할텐데, 지금 한약사들은 가진 것이 너무 없다"라고 지적했다.
약사와 한약사 간 공정의 문제, 다른 교육과정으로 인한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 등의 지적도 있었다.
약사 C씨는 "약사와 한약사는 교육과정이 다르다. 약사는 6년 동안 약물학, 약동학, 유기화학, 분자생물학 등 약물의 근본이 되는 기초과목부터 약물치료학 등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 역할 등을 배운다"며 "이러한 교육이 무시된 채로 통합약사로 가면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약사 A씨는 "한약학과를 갈 것이었다면 재수까지 필요없었을 것"이라며 "PEET 약사들도 한약학과보다 점수대가 높았는데, 대학 2년을 다니고 혹은 졸업을 하고 다시 약대를 4년 이상 다닌 입장이라면, 기회비용 측면에서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약사들의 문제점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약사 제도를 만든 뒤 방치한 정부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약사 A씨는 "한약사라는 직역을 만들었으면 한약도 확실하게 의약분업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약사 B씨 또한 "한약 수요가 줄어든 시대적 이유도 있겠지만, 정부가 한방분업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부분에서는 한약사들이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약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약사와의 통합약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우선적으로 한약학과를 폐지하고, 기존 한약사들만 약학대학으로 편입시켜 추가 교육 진행 및 약사 면허 시험을 진행해 약사로 통합하면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약대증원에 대한 우려가 있다지만, 오히려 한약사를 통합하는 만큼 당분간 약대증원을 하지 않겠다는 수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도 봤다.
이에 대해 청년약사들은 분분한 의견을 밝혔다. 약사 A씨는 "한약사들을 재교육하고 시험을 치는 방법은 기존 한약학과 정원만큼 약대를 증원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지방에 있는 약학대학에 지역약사 부족을 이유로 명분을 가지려 할 것이고, 지방 국회의원들의 지자체장에 대한 로비도 있을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반면, 약사 B씨는 "한약사의 약사 면허 추가 취득 절차나 시험 난이도를 높이거나, 쿼터제를 두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 "혹은 한약사 면허자를 약대 입학 시 우대하는 조건 등을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경우는 졸업생 증가없이 가능할 것이다. 한방분업이라도 돼 있었다면 직능을 가져오기 위해 통합약사를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을 수 있다. 통합약사 문제는 속도조절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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